황우여 용인대 석좌교수·전 새누리당 대표
11·12 국민대회는 100만 국민이 모이는데도 법원은 전례 없이 청와대 앞 행진까지 허용하였고 경찰은 군중을 보호하였다. 한손으로는 어린 자식을 잡고, 한손에는 촛불을 들고 모인 국민들은 오로지 공의와 평화를 생각하며 나라걱정의 부르짖음을 남겼다. 한 건의 불상사도 한 점의 오물도 남기지 않고 오로지 국민의 뜻만을 전하는 기미독립선언의 정신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질서 있게 대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모습에 세계가 놀랐고 국격은 오히려 높아졌다.
국민은 그토록 믿었던 대통령에 대한 허물어지는 신뢰의 빈자리를 어찌 메울까 마음과 뜻을 모으고 있다. 이토록 위대한 국민이 있는 위대한 대한민국의 진군은 영원할 것이다.
1919년 상해임시정부에서는 바로 2년 전 1917년 러시아 붉은 혁명이 일어나 중국을 넘어 동남아까지 파죽지세로 공산화의 물결이 넘쳐나면서 대륙의 신생국들이 공산주의 국가건설로 뜻을 모으고 있을 때, 서구열강들은 제국주의와 군국주의로 무장하여 식민지 확장에 혈안이 되어 해양국가 일본을 다리삼아 한반도까지 식민화 하는 억압적 형국에서, 좌우로 진퇴유곡의 이 땅에 눈을 위로 들고 자유, 민주, 공화, 평화의 건국정신으로 대한민국을 세웠다. 이후로는 공산주의나 제국주의를 기초로 하여 세운 이웃들도 결국은 한국과 뜻을 같이 하여 대도로 함께 나가게 될 것이다.
이처럼 만세반석인 불멸의 위대한 건국정신과 건국정신을 이어받는 위대한 국민이 있는 한 이 두 기둥이 떠받치는 위대한 대한민국은 영원할 터이고 아름답고 행복한 대한민국은 기필코 달성될 것이니, 조국이여 안심하라고 되뇌고 되뇐다. 그렇다. 대한민국은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라도 후퇴는 없고 오로지 전진뿐이다.
그러므로 나라의 기반이 튼튼하고 훌륭한 국민이 있으니 이때를 위기에서 호기로 바꾸어 때를 놓치지 말고 새로운 정신의 대한민국으로 거듭나는 중차대한 의미 있는 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우선 눈앞의 여러 혼란은 사직당국의 엄정한 사실 확정으로 분명히 국민 앞에 들어날 것이므로 왜곡되거나 조작된 혐의와 풍문들은 가라앉아 제거될 것이고 아직 미궁에 놓여있는 감추어졌거나 축소된 비위들은 낫낫이 모두 들추어질 것이다. 사법절차에 따라 사필귀정으로 나라의 공의가 세워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다시 안정을 되찾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냉철하게 과거를 딛고 미래를 대비할 오늘이다.
나는 길지는 않을지 모르나 20년 정치에 몸담으면서 처음부터 대통령선거에 참여하여 핵심일선에서 선거를 치러왔고 대통령중심제 헌법에서의 정치상황의 전개를 몸소 겪었기에 그 문제점을 여실히 알 수 있었다 하겠다.
일별하더라도 우리는 18번의 대통령 선거를 치렀으나 국민의 눈높이에는 한 번도 성공한 대통령을 가져보지 못하고 한 분의 대통령의 동상도 떳떳하게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별히 나는 지난번 당대표를 맡아 대선을 준비하면서 4가지를 기원하였다. 반복되어 온 전임 대통령의 탈당을 막고 정치보복을 없애고, 우리 후보가 당선되고 더 이상 나와 함께 선거운동을 한 분들이 사법절차의 고초를 겪지 않는 것이었다. 다행히 이 소원은 다 이루어져서 지금도 가슴 뿌듯하였다. 그러나 다시금 대통령직에 대한 심한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으니 이제는 인간인 한 분 한 분 대통령의 공과를 떠나 제도로서의 대통령제를 개선하여야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 나라의 악몽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제는 군주제의 변형으로서 공화를 채택한 우리 건국정신에 잘 맞지가 않는다. 대통령제에서는 군주를 대신하는 제왕적 대통령(president)이 옹립되니 국무위원들은 장관(minister)이란 명칭을 부여하더라도 실질에 있어서는 미국식 표현대로 대통령의 비서(secretary)에 불과하게 된다. 이에 반해 내각제나 분권형에서의 총리(prime minister)는 군주를 상징하는 대통령과 달리 국민의 대표자들 가운데서 뽑힌 동료 중 으뜸(primus inter pares)으로서 국무회의의 주재자(presider)가 되고 장관(minister)과 협의를 하게 되어 공화제의 정신이 관철된다. 아서왕의 원탁의 기사나 우리 신라시대의 화백제에서 볼 수 있는 민주공화제의 발원으로서 동등한 국민과 동등한 대표자라는 정신이 관통하여 국민과 그 대표자인 의원과 국무위원 그리고 총리에 이르기까지 동등한 신분적 위치에서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
군주제적 요소로 대통령 취임 후에는 청와대라는 구중궁궐에 갇히어 국민과 단절되기가 십상이다. 비서실과 관료, 여러 기득권층에 둘러싸여 그들의 의견에 휩싸이게 될 위험이 상존한다. 아니면 친인척이나 비선이 움직이게 되어 국정농단의 위험이 있기 마련이다.
군주제적 요소에서 대통령중심제는 대통령이 중심이 되나 내각책임제와 달리 국민소요가 있기까지는 국민에 대하여 직접 책임을 지는 장치가 없다. 이를 막고자 대통령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하여 국회로부터 상시견제를 받게 하면서 국회와 사사건건 대립이 되어 실제로는 책임지지도 않고 강력하지도 못한 정부형태로 낙착되고 만다. 그 극단적인 폐해는 단임제 대통령제에서 더욱 여실히 나타나나 중임제라도 원리적으로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총선으로 국회를 구성하고 나서도 다른 한 명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에 너무나 많은 노력과 비용을 소모하여 국력낭비가 크다. 그 가운데 비위와 정쟁이 틈탄다. 국회는 대통령을 견제 비판하는 일 이외에 마땅한 일이 없고 현재는 지나치게 견제권한만 있지 또한 대통령에 대하여서는 책임을 지지도 않으므로 심한 정쟁으로 국정운영이 원활하지 못하고 말년에는 극심한 레임덕에 빠진다. 대통령은 국회의 약화를 도모하면서 대통령에 협조하는 국회를 구성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집권여당에서조차 공천에서 소신 있고 실력 있는 인사를 기피하게 되어 국회의 질은 좋아지기가 어렵다. 이에 비하여 내각제나 분권형에서는 총리감의 의원들이 대거 의회에 진출하여 한 번의 선거로 국가구성을 마치지면서 국회의 질이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의 현 정세에 비추어 책임지는 강력한 정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유, 민주, 공화, 평화의 건국정신을 추구 고양하면서 강력한 정부를 이루는 헌법이 필요하다. 원활한 소통을 전제로 서로 책임을 지면서도 정부와 국회가 하나가 되는 정부형태를 갖추어야 한다. 총리에 대한 불신임결의는 후임자를 미리 선정한 경우에 한하게 한 강화된 내각제형태는 내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게 한다. 거대한 연방제 국가인 미국을 떠나는 즉시 대통령제는 죽음의 키스를 한다는 경구를 새겨들어야 한다.
헌법은 적어도 독일의 경우 매년 하다시피 하고 미국도 10년에 한번 꼴로 개정하여 그 때 그 때 국민이 함께 할 수 있는 국민과 밀착된 살아있는 최고의 규범으로 재생된다. 우리는 독재탈피라는 1987년 체제를 넘어서서 이제는 환골탈태한 국민생활과 정치환경에 걸맞은 강력하면서도 능률적인 헌법으로 반복되는 악순환에 근본적인 쐐기를 박아야 한다.
지금 나라는 비선의 국정농단 여부로 충격과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퇴진, 탄핵, 하야의 목소리가 잦아들지를 않는다. 대통령이 하야하는 경우에는 헌정이 중단되고 60일 이내에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다. 그러나 이러한 비상절차로 신속히 선출된 대통령은 충분한 검증을 거쳤냐는 점에서 그 정당성에 대하여 논란을 남기게 된다. 더욱이 지금은 수사 중인데도 그 결과도 보지 않고 하야나 탄핵을 하는 것은 과연 무리가 없겠냐는 점도 논란이 있다.
국민의 엄중한 지적을 존중하면서도 이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하여 전화위복으로 전환하는 길은 무엇일까?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께서 공약을 하였음에도 미루어왔던 개헌을 이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경험이 없어 불안감이 있는 분권형 제도를 실질적으로 운영해 보는 것이다. 대통령은 헌법상에 내각제적 요소를 대폭 되살려 국무총리의 권한을 최대한 존중하고 국가비상사태가 아닌 한 내각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체제를 운영하여 국민에게 분권형 권력구조의 실험적 운영을 검증하게 한다. 내각의 구성은 총리를 비롯한 각 국무위원을 국회의 상임위구성의 비율로 임명하여 협의제로 운영하여 협치의 실험을 함으로써 국민에게 역시 분권형 권력구조를 미리 검토할 수 있게 한다.
이와 같이 중립내각을 구성하여 국무위원은 다음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 조건으로 오로지 제7공화국 탄생에 헌신하여 국민의 신뢰를 얻는 동시에 정쟁에 휩쓸리지 않고 사심 없이 후세에 남길 새로운 헌법을 탄생시키는데 전념하게 한다. 필요하다면 대통령은 개헌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기로 약속하고, 이 번 총리만은 정당에서 떠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리하여 현 대통령에게도 마지막으로 조국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살리도록 하여 퇴임의 의미를 찾도록 한다.
나라의 기반이 튼튼하고 훌륭한 국민이 있으니 이때를 위기에서 호기로 바꾸어 때를 놓치지 말고 새로운 정신의 대한민국으로 거듭나는 중차대한 의미 있는 때로 삼도록 하자. 1960년 4.19 혁명은 1960년 6월 15일 제2공화국 헌법으로, 1987년 6월항쟁은 19810월 29일 제6공화국 헌법으로 역사발전을 이끌었다. 그렇다. 진정한 국민혁명은 새로운 헌법으로 새로운 공화국을 건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