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뇌출혈로 사경을 헤매는 순간에도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끝까지 핸들을 잡은 버스 기사가 박수를 받고 있다. 해당 기사는 결국 뇌사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오후 한원기(55)씨는 전북 전주에서 정읍으로 가는 고속버스를 운전하던 중 몸의 이상을 느꼈다. 급성뇌출혈이었다. 어지럼증과 복통에 말조차 나오지 않았지만 한씨는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버스를 갓길에 세웠다.
잠시 후 한씨는 의식을 잃은 채 구급차에 실려갔다. 당시 버스에는 40여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한씨는 승객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핸들을 놓지 않았다.
17일 YTN이 보도한 버스 CCTV에는 버스를 정차한 뒤 손짓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한씨의 모습이 담겼다. 당시 버스에 탔던 한 승객은 매체에 “기사님이 말씀도 못 하시고 오른손을 가슴 쪽에 대고 있던 것 같다”며 “기사님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씨는 다행히 목숨을 잃지 않았지만 뇌사 판정을 받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씨의 가족은 한씨가 또 다른 이에게 생명을 줄 수 있도록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한씨의 아내 이모(54)씨는 “평소 남을 돕는 데 보람을 느꼈던 남편도 다른 사람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있는 일을 원하겠다 싶어서 장기기증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