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유동성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도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에 방문했다가 문전박대를 당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한진해운 측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내용은 그룹에서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경향신문은 한진그룹 핵심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조 회장이 4월7일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설득하기 위해 자가용 비행기를 동원해 스위스 로잔으로 출국했다고 지난 17일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매체에 “출국 당시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전화를 걸어왔다”며 “이 회장은 한진해운 상태가 위중하니 빨리 대책을 논의하자고 연락했지만 대통령의 민원 때문 결국 협의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와대에서 지난해부터 진돗개를 마스코트로 하라고 강하게 밀어붙이다 올 3월 IOC 실사단이 ‘개는 안 된다’고 하니까 조 회장이 조직원원장 자격으로 장관과 함께 IOC를 설득하러 갔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매체는 또 조 회장의 최측근의 말을 인용해 한진해운의 문제를 뒤로 미룬 채 출국한 조회장과 김 장관은 IOC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조 회장의 최측근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개 얘기를 꺼내자마자 곧바로 나가버렸고 호랑이를 마스코트로 정하기로 약속한 뒤에야 다시 나타났다”고 매체에 말했다.
그는 또 “바흐는 처음부터 한국이 개고기를 먹는 나라인데 어떻게 개를 마스코트로 하냐는 입장이었지만 청와대 태도가 워낙 강경해 조 회장은 거절당할 걸 알면서 스위스로 갔다”고 부연했다.
조 회장이 출국한 시점은 한진해운이 4월26일 산업은행에 자율협약 신청서를 제출하기 3주 전 쯤이다. 이 대목에서 해운업이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도 기업 회생보다 청와대 눈치 보기가 더 급급했던 것을 짐작케 한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