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은 촛불일 뿐이다. 결국 바람이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 촛불민심을 다시 타오르게 만들었다.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 전등 촛불을 들고 나가자”는 냉소와 “잔바람은 불을 키운다”는 의미심장한 경고가 인터넷으로 쏟아졌다.
김진태 의원은 17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위원에서 최순실 특검법과 관련해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촛불에 밀려 원칙을 저버린 법사위, 오욕의 역사로 남을 것”이라며 “촛불은 촛불일 뿐이다. 결국 바람이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고 말했다.
촛불민심은 곧 사그라질 것이며, 이후에는 ‘최순실 게이트’ 수사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다. 김진태 의원은 같은 날 오후 3시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에서 “검찰 수사가 끝나면 대통령의 의혹은 10분의 1, 20분의 1이 될 것”이라고 했다.
촛불민심을 깎아내린 듯 한 김진태 의원의 발언에 여론은 요동쳤다. 비판의 표적은 김진태 의원 한 명에서 끝나지 않았다. 친박계 의원들과 박근혜 대통령으로까지 확산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하고 검찰 수사 협조도 약속했지만, 결국 촛불이 꺼지기만 기다린 셈” “지금 상황(촛불정국)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한다는 청와대와 다르게 말하는 강성 친박계 의원”이라는 지적이 SNS로 쏟아졌다.
김진태 의원에 대한 항의 표시로 촛불 전등을 들고 나가자는 제안도 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 웃긴대학의 한 네티즌이 “이것도 꺼보라”며 촛불 전등 사진을 올렸다. 민심을 촛불로, 민심을 잠재울 시간을 바람으로 은유한 김진태 의원에게 다른 은유로 지은 냉소다. 여기에 “김진태 의원에 대한 항의 표시로 촛불 전등을 앞세우자”는 의견이 호응을 얻으면서 실제로 등장할 조짐까지 나왔다.
냉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준엄한 표현으로 김진태 의원을 지적한 발언도 많았다. “잔바람은 되레 불만 키운다” “불이 청와대로 옮겨 붙을지도 모른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부적절한 한 마디가 더 많은 학생들을 거리로 불러 100만 인파로 만든 사실을 잊지 말라”고 경고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