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죄를 고합니다” 장신대생들, 김철홍 교수 징계 청원
“약한 이들에 대한 연민을 느끼기는커녕 논리를 빙자한 공격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이가 과연 그리스도의 복음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말할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장로회신학대 홈페이지 게시판엔 15일 이런 내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글을 작성한 ‘신학대학원 3학년 차기석 외 178명 일동’이 지목한 인물은 김철홍(신약학) 교수입니다. 국정농단 주역인 최순실(60·구속)씨를 두둔하고 서울 광화문광장 시국집회에 나선 학생들을 비난해 공분을 샀던 인물이죠. 학생들은 임성빈 총장에게 김 교수의 징계를 요청하고, 침묵시위에 나섰습니다.
장신대 학생들이 분노한 건 단순히 정치적 견해의 차이 때문이 아닙니다. 김 교수가 기독교적 가치관을 상실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생명에 대한 감수성과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상실한 비인간적인 모습은 학자로서, 목회자로서, 교수로서의 자격뿐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됨됨이를 의심하게 했다”고 꼬집었습니다.
김 교수는 누가 옳고 그른지 따져보자며 ‘끝장 토론’을 제안했지만 학생들은 조금 달랐습니다. 이들은 논리나 원칙을 내세우며 김 교수를 몰아세우지 않고 다만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모습에 배신감을 표출했습니다. 학생들은 글에 “생명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고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이를 통해서 과연 정상적인 신학 수업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우리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적었습니다.
이들은 학교 안 미스바광장에서 침묵시위에 나섰습니다. 마스크를 쓴 채 ‘김철홍 교수는 사과하라’라는 피켓을 들었습니다. 한 학생은 “정치적 문제 때문이 아니라 복음의 가치가 훼손됐다고 느끼기에 광장에 서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자신을 가르친 교수의 잘못을 지적하는 제자들의 마음은 얼마나 참담했을까요. 학생들이 글 말미에 적은 문장은 이런 심정을 잘 전하고 있습니다. ‘부디 제자된 이로서 스승의 과오를 고하는 참담한 심정을 깊이 헤아려주셔서 김 교수에 대한 징계를 늦추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죽음에 대한 조롱이 아닌 생명에 대한 경외를 배우고 싶습니다.’
‘하야 메아리’ 총신대생들, 김영우 총장 퇴진 촉구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학생의 노래. 다시는 돈에 짓밟힐 수 없다 외치는 소리.”
17일 오전 채플을 앞둔 서울 동작구 사당로 총신대(총장 김영우 목사) 종합관 1층에선 영화 ‘레미제라블’의 삽입곡 ‘군중의 노래가 들리는가(Do you hear the people sing)’를 개사한 곡이 울려 퍼졌습니다. 남녀 학생 4명으로 시작으로, 사방에서 나타난 학생들이 플래시몹을 펼치며 150여명의 합창으로 확산됐습니다. 학생들은 저마다 ‘총신의 정의를 세우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습니다.
지난 8일부터 김영우 총장 즉각퇴진을 촉구하는 학생들이 천막농성을 이어온 지 10일째. 그 사이 종합관 1층은 총신대생들의 ‘광장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 됐습니다. 노래를 마친 한 학생은 “평일엔 학생의 한 사람으로서 소통 없는 총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주말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소통 없는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른 학생은 “여기가 작은 광화문 같다. 학우들 페이스북엔 ‘박근혜 대통령·김영우 총장 하야’를 외치는 아우성이 가득하다”고 했습니다.
열흘 전 학생들은 6시간을 대치하며 ‘2000만원 배임증재 의혹’에 관한 해명을 김 총장에게 요구했지만, 그는 “무죄 판결을 받고 여러분 앞에 서겠다. 혐의만으론 사퇴할 수 없다”는 버텼습니다. 대답 없는 메아리는 현재진행형입니다. 학생회 운영위원회 소속 학생들은 언제 학교를 찾을지도 모르는 김 총장을 기다리며 총장 접견실을 지키고 있습니다.
접견실에서 만난 최대로 총학생회장은 “두 차례 자진사퇴 요구 공문을 발송했지만 아직 답이 없다”며 “총신인들은 기독 대학생답게 합당하게 내야 할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사태 해결을 위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 지도자와 총신 선배들이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대한민국의 크고 작은 광장을 채우는 촛불, 기도, 노래들이 불통과 불법의 지도자를 향해 책임을 외치고 있습니다. 이 외침에 대한 메아리는 언제 들릴 수 있을까요?
이용상 최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