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對 '종교적 자유'…이스라엘, '확성기' 규제법에 팔레스타인 반발

입력 2016-11-17 15:20 수정 2016-11-17 15:23
이스라엘 의회가 이슬람교의 기도시간을 알리는 확성기 소리를 규제하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팔레스타인 아랍계 시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이슬람 신자들이 예루살렘 구도시의 모스크에서 기도하고 있다. AFP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아이만 오데흐 이스라엘 아랍정당연합 의장이 성명을 내고 “이 법안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아랍계 시민들을 적대시하고 ‘무엣진(muezzin)'을 침묵하게 하도록 선동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엣진은 하루에 5번 이슬람 사원에서 기도 시간을 알리며 코란을 낭송하는 사람이다. 대부분이 확성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스라엘에서는 이 소리가 유대인 거주지 등 다른 지역에 ‘소음공해’가 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예루살렘에만 100개가 넘는 모스크가 있다.

 이스라엘 의회가 확성장치의 음량을 규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무엣진 법안’을 내놓은 이유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3일 열린 각료회의에서 “이스라엘은 모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이만 지나친 소음으로 괴로워하는 국민들을 보호할 책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법안은 네타냐후 총리와 연립 여당의 지지를 받고 있어 결국 의회를 통과할 확률이 높다. 이스라엘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 여러 국가들과 이집트 카이로, 사우디 아라비아 일부 도시도 무엣진의 확성기에 소음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등 아랍계 시민은 무엣진 법안이 무슬림에 대한 ‘종교전쟁’ 선포라고 보고 반발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아랍계 인구는 전체의 5분의 1 수준으로 소득과 교육 수준이 낮아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아이만 의장은 “이미 모스크에 적용되는 소음 관련법이 있는데도 무엣진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모스크를 ‘골칫덩어리’로 낙인찍기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팔레스타인 당국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와 국제 사회에 이 법안을 제지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