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초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다 청와대의 눈밖에 나 물러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각오가 단단한 모양새다. 채 전 총장은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특검 제의가 온다면 기꺼이 응할 것이라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그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가 오히려 개인사까지 들춰지는 수모를 당한지 3년여 만에 뉴스의 핵심 인물로 등장했다.
채 전 총장은 특검에 임명된다는 가정 하에 "현재의 국정농단 사태가 가능했던 것은 이를 추종하고 방조하고 가담해 부역한 공직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런 부분에 역점을 둬서 새롭게 역사를 세운다는 마음으로 청산 작업이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사건의 주범이나 관련자들을 철저하게 수사해 예외없이 엄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채 전 총장은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100만 촛불집회에 가족들과 함께 참석했다고 밝혔다. 그는 "돈과 힘을 가진 사람들은 제멋대로 법을 무시하고 정작 선량한 국민들은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해 피흘렸던 슬픈 현대사가 반복되는 것 같아 촛불집회에서 눈물을 흘렸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역사적 소명의식이 솟구쳐오르는 감정을 맛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후배 검사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동시에 정권 눈치보기식 행보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일침을 놨다. 큰 사건이 터지면 검사들이 가장 고생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지만 정윤회 문건, 성완종 리스트, 윤상현 최경환 의원 등 친박계 인사 선거법 위반 사건 등에서 검찰이 보인 행보는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채 전 총장은 '세월호 당시 대통령의 잃어버린 7시간도 수사가 가능하겠냐'는 질문에 "제기된 국민적 의혹에 대해서는 진상이 말끔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이 국민들의 가슴 속에 남을 것인지 아니면 '권력의 개'로 남을 것인지는 이제 후배 검사들 각자가 결단해야한다"며 "어려울수록 정도를 가야 후회가 없다. 그러려면 목숨을 내놓고 수사해야한다. 후배 검사들을 믿고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