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게다가 샤이니의 비주얼을 대표하는 멤버다. 주먹만한 얼굴과 사슴 같은 눈망울을 자랑한다. 웃을 때 유난히 예쁜 ‘꽃미모’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배우라는 타이틀을 달더니 미련 없이 이 모든 걸 내던졌다. 최민호(25)의 도전은 과감했고, 충분히 빛났다.
스크린 데뷔작 ‘두 남자’에서 보여준 변신은 자못 놀라웠다. 최민호는 극 중 가출 청소년 무리의 리더 진일 역을 맡아 흔들리는 청춘을 표현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연기력이었다. 16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첫 선을 보인 영화는 ‘배우 최민호의 재발견’이라는 평을 이끌어냈다.
영화에서 진일은 거친 삶을 사는 가출소년이다. 휴대폰을 훔치는 등 좀도둑질을 해 하루하루 연명한다. 미성년자이면서 담배를 피우는 게 예삿일이다.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신 뒤 돈을 안 내고 ‘튀는’ 일도 익숙하다. 욕은 아주 입에 달고 산다.
얼굴에는 늘 피멍이 들어있다. 걸핏하면 아무 데서나 얻어터지고 두들겨 맞는다. 그러는 와중에도 결코 의리를 저버리지 않는다. 특히 여자친구를 위하는 마음이 지극하다. 노래방 악덕업주(마동석)에게 붙잡힌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그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매달린다.
“진일이라는 캐릭터 만났을 때 두려움과 어색함이 있었어요.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쌓아온 이미지를 한순간 무너뜨리는 거니까요. 한편으로는 ‘어떻게 하면 새로운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걱정보다는 궁금함이 컸죠. 그래서 이 작품에 더 끌렸던 것 같아요.”
시사회 이후 열린 간담회에서 최민호는 작품에 임했던 심정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캐릭터에 다가가기 위해 일단 어색함을 줄이려고 했다”는 그는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을지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 사전준비를 철저히 한 덕에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연기 경험은 꽤 있지만 영화 주연은 처음이다. 최민호는 “어렸을 때부터 연기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스크린 주연 타이틀을 달게 되다니 너무나 뿌듯하고 영광”이라며 활짝 웃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소속사(SM엔터테인먼트) 후배인 그룹 엑소(EXO)의 도경수(디오)와 비슷한 시기 스크린 경쟁을 펼치게 됐다. 도경수는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형’에서 조정석과 환상의 ‘브로맨스’를 선보였다. 장르는 명확히 다르지만 ‘남남 케미’가 돋보인다는 점에서는 ‘두 남자’와 닮았다.
“(도경수는) 워낙 아끼는 후배이고 친분이 있다 보니까 (크게 의식하지는 않아요). ‘형’ 영화 찍을 때 ‘촬영 잘 마치라’고 응원해주기도 했고요. 사실 이번에 ‘두 남자’ VIP시사회 때도 초대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시기가 겹칠 줄 몰랐네요. 선의의 경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형’도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큽니다.”
최민호는 “열심히 최선을 다해 촬영했고, 제가 할 수 있는 한 잘해낸 것 같다”면서 “두 남자’를 통해 보여드린 저의 새로운 모습이 여러분의 마음속에 깊이 박혀 오래도록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가수와 배우 중 어느 것 하나를 고르기는 어렵다. “아직 두 분야 모두 편하지 않고, 갈 길이 멀었다고 생각한다”는 게 겸손한 그의 말이다. 오는 30일 개봉.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