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배우 하지원(길라임), 현빈이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이후 네티즌들의 풍자와 조롱의 대상이 된 지 오래지만 하지원과 현빈은 엉뚱한 이유로 하루종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특히 박 대통령과 하지원은 길라임이라는 같은 이름 때문에 16일 실검 상위권에 올랐다. 길라임은 이날 오후까지 실검 1위를 지켰다.
길라임은 2010년 11월 첫 방송된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여주인공 이름이다. 박 대통령이 드라마 방영기간 차움 병원에서 길라임이라는 가명으로 고액의 VIP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했다는 JTBC보도로 그 이름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네티즌들은 코미디의 끝을 보여준다며 각종 패러디를 쏟아냈다.
길라임이 인터넷을 휩쓴 이날 자연스럽게 시크릿가든의 남자 주인공 현빈도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게 최선입니까? 길라임씨!” 극중 김주원(현빈)의 단골 대사가 “이게 최순입니까? 근라임씨!”로 패러디돼 퍼져나갔다.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바느질 해서 만든 옷”이라는 김주원의 반짝이 추리닝(트레이닝복)도 삽시간에 화제가 됐다. 다가오는 촛불집회에서 대유행할 것이라는 글이 SNS에 이어졌다.
쇼핑업체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G마켓은 SNS를 통해 파란 반짝이 추리닝 대여 소식을 알렸다. ‘갑자기 찾는 분들이 계셔서’라며 대여업체 홈페이지를 링크했다. 네티즌들도 공동구매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 하지원 현빈의 과거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공개 지지한 하지원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네티즌들은 “하늘 아래 길라임이 둘 일 수 없다”며 이 소식을 퍼날랐다. 반대로 현빈은 박 대통령의 관심을 받은 것처럼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2011년 한 종편과 인터뷰에서 공군 출신 조인성과 육군 출신 비보다 해병대 출신 현빈이 좋다고 발언한 내용이 주목받았다. 현빈은 2013년 저축의 날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비현실적인 최순실 게이트로 대통령 퇴진 요구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시점에서 ‘길라임’의 등장은 하야 촛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한 네티즌은 “그저 웃음만 나오지만 마냥 웃고 있어서는 안된다. 웃음이 본질을 가리게 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