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방송기자협회(회장 이승)는 17일 오후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방로 공군회관에서 신천지 이만희 교주를 강사로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세미나에는 정치·경제·사회·종교계 지도자 600여명을 초청했다고도 주장했다.
주요 일간지와 방송사,인터넷언론사 기자 대다수를 회원으로 보유한 ‘한국기자협회’와 유사한 이름을 사용하는 이 단체의 인터넷 홈페이지( koreajournalist.org)도 기자협회의 홈페이지(journlist.or.kr)와 혼동을 일으킨다. 의도적으로 일반 국민을 현혹하기 위한 방편으로 분석된다.
협회 회장인 이씨의 직함은 ‘KBS 외신부장’로 표기돼 있지만, 그는 1992년 KBS를 퇴직한 인물이다. 거짓 홍보를 하고 있는 셈이다. 부회장, 고문, 각 지부 지회장 등은 대부분 군소언론 또는 실체가 불명확한 언론사 소속으로 명기돼 있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이 단체는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서울시에도 등록되지 않은 임의 단체로 확인됐다. 문화부 관계자는 “한국신문방송기자협회는 등록하지 않은 단체”라고 확인했다. 서울시 역시 “등록된 단체가 아니다. 자기들끼리 활동하는 임의단체는 (우리에게) 법적 관리·감독 권한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교계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사교집단의 폐해가 온 나라를 뒤덮은 마당에 신천지 교주를 초청한 이단 집회를 마치 언론단체 주최 시국 토론회인 양 위장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이단 전문가는 “신천지는 사법부마저 판결을 통해 사회악 행태를 드러냈다고 결론지은 바 있는 이단”이라며 “교주 이만희의 강연을 합리화하기 위해 ‘한국과 세계종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란 주제를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논평을 내고 “박근혜 대통령이 사교 교주의 딸을 국정에 개입시켜 나라 전체가 들썩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단의 수장을 강사로 초청한 한국신문방송기자협회의 의도가 뭔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 관계자는 “우리 협회와 유사한 정체불명의 단체가 적극 활동하는 건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이름 도용 여부 등을) 꼼꼼히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공군회관은 뒤늦게 사안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이 단체에 ‘장소 사용 불가’ 입장을 공식 통보했다.
그러나 신천지 측은 ‘17일 행사는 예정대로 공군회관에서 진행되니 관련 부서는 행사에 차질없이 준비 바란다’는 휴대폰 메시지를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자메시지에는 ‘대적자(반대자)들이 공군회관에 민원을 넣는 바람에 회관측이 취소됐다고 공식 답변하고 있다. 절대 보안에 유의하시기 바란다’고 적혀있었다.
신천지 관계자는 “문자를 어떻게 확보했느냐. 행사는 개최한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공군회관 관계자가 무척 힘들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적당히 좀 넘어가자”고 했다.
유영대 백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