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조달청 기술심사 평가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대가로 금품을 제공한 혐의(배임증재 등)로 정보통신공사업체 전 대표 양모(54)씨 등 업체 관계자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대학교수와 국책연구기관 연구원 등 평가위원 23명도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양씨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지능형교통시스템 구축 관련 사업을 따내기 위해 평소 조달청 기술평가위원들을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양씨는 지난 2009년부터 평가위원들에게 고가의 명절 선물 세트를 보내거나 골프 접대를 제공하며 친분을 쌓았다. 또 자신이 입찰에 참여한 계약을 평가하게 된 평가위원에게는 높은 점수를 대가로 모두 6000여만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양씨는 2009년부터 지난 9월까지 조달청을 통해 180여건의 계약을 따냈고 이 규모는 2900억여원에 이른다.
경찰은 이들이 조달청 기술평가위원 선정 제도의 허점을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조달청은 대학교수 등 전문가를 기술평가위원 인력풀에 올려두고 평가 1~3일 전에 평가위원 선정 여부를 알리는데, 이 사이 위원들과 업체가 접촉할 가능성이 있다. 경찰은 양씨로부터 선물을 받아 온 평가위원 56명의 명단도 조달청에 통보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돈 주고 골프치고…조달청 기술평가위원 관리하며 2900억원 계약따내
입력 2016-11-16 1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