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사전 선정 올해의 단어, 'post-truth(탈 진실의)'

입력 2016-11-16 14:03 수정 2016-11-16 16:06
올해의 단어로 ‘post-truth(포스트-트루스)', '탈(脫) 진실(眞實)의'가 선정됐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고 영국이 브렉시트(Brexit)를 택하는 등 정치적인 긴장감이 팽팽했던 올해의 국제 정세를 반영한 단어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 방송 등은 옥스퍼드 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형용사 ‘post-truth’를 꼽았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옥스퍼드 사전은 'post-truth'를 ‘객관적인 사실보다 감정이나 개인적인 신념이 여론 형성에 더 큰 영향력을 끼치는 현상’이라고 정의했다.

 옥스퍼드 사전 편집자들은 “이 단어의 사용 빈도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2000% 증가했다”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투표나 미국 대선 등의 맥락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post-truth'라는 단어는 세르비아계 미국 희곡 작가인 스티브 테쉬가 1992 잡지 '네이션'에 기고한 글에서 처음 등장했다. 그는 당시 이란 콘트라 스캔들과 걸프전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리는 자유인으로서, post-truth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것을 자유롭게 결정했다”고 썼다.

 옥스퍼드 사전은 이 단어가 테쉬 이전에도 사용됐지만 ‘진실이 밝혀진 뒤’라는 뜻이 아니라 ‘진실 그 자체가 무관해진’ 것을 나타내는 확장된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봤다.

 ‘post-truth'는 이미 옥스퍼드 사전 인터넷 판에 포함됐다. 편집자들은 향후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도 등재할지 용례를 검토하고 있다. 인터넷 옥스퍼드 사전은 이 단어의 예문으로 “이런 post-truth 정치의 시대에는 데이터를 체리피크(cherry-pick·성과만 취하다)해 무엇이든 원하는 결론에 이르기 쉽다”는 문장을 넣었다.

 옥스퍼드 사전은 언어에 지난 한 해를 반영하는 취지로 매년 11월 올해의 단어를 선정한다. 지난해에는 기뻐서 우는 얼굴을 표현하는 그림 문자 이모지(emojji)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미국과 영국 사전이 각기 다른 단어를 선정하기도 한다. 2009년에 영국은 ‘simples(심플즈·직설적인)’를 꼽았고 미국은 ‘unfriend(언프렌드·친구를 삭제하다)’를 골랐다. 2006년에는 영국과 미국이 각각 ‘bovvered(바버드·신경쓰이게 하다 라는 동사 bothered의 발음을 우스꽝스럽게 만든 신조어)’와 ‘carbon-neutral(카본-뉴트럴·탄소중립적인)'을 택했다. 올해는 양쪽이 같은 단어를 선정했다.

 옥스퍼드 사전은 명사 ‘alt-right(얼트 라이트·대안 우파)’도 유력한 올해의 단어 후보였다고 밝혔다. 이 단어는 “극단적 보수주의 이데올로기로 뭉친 집단으로 주류 정치를 거부하고 온라인 미디어를 활용해 의도적으로 논쟁적인 내용을 퍼뜨리는 것이 특징”이라고 옥스퍼드 사전에 설명돼있다. 트럼프 정부의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 고문으로 임명된 스티브 배넌이 대표적인 alt-right로 분류된다.

 다른 후보 단어는 영국의 EU 탈퇴를 원하는 사람을 뜻하는 ‘Brexiteer(브렉시티어·브렉시트주의자)’, 여성이나 소수자들이 리더가 되기 힘든 상황을 일컫는 'glass cliff(글래스 클리프·유리절벽)' 등이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