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궁지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의 '시간끌기' 꼼수에 퇴진 촉구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진상과 책임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당초 입장과 달리 변호사 선임을 통해 검찰 조사 연기 및 최소화를 요구하면서 여론을 더욱 자극하고 악화시키는 분위기다.
지난 12일 민중총궐기 100만 집회 이후 제1야당 대표의 느닷없는 영수회담 제안 및 철회 해프닝과, 대통령을 수사 대상으로 명시하지 않은 여야의 특검안 합의 등 정치권의 헛발질도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다.
이때문에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끝나는 첫 주말인 오는 19일 2차 민중총궐기 때 시민들이 다시금 대규모로 결집하고 집회 양상이 격해질 가능성도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6일 오전 청와대 앞 청운동 주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변호사를 통해 수사 일정을 늦추고 의혹을 부인하며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박 대통령이 곧 있을 최순실(60)씨 기소 때 공범으로 적시되는 것을 피하고 길게는 하야(퇴진)나 탄핵 여론이 수그러지기를 기다리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며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416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도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따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을 직접 밝혀야 한다"며 즉각 퇴진 후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박 대통령이 집무를 보고 있었다는 청와대의 해명에 대해서는 "어설픈 알리바이를 대고 있다"고 일축하고 야권의 특검 합의안을 두고는 졸속으로 추진됐다며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1503개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을 무시하고 검찰 조사마저 회피하려한다"고 강력 성토할 예정이다.
특히 박 대통령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55·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가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대통령 수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퇴진행동은 미리 배포한 회견문을 통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국민 불신이 큰데다 여야의 특검 합의안 역시 대통령을 수사 대상으로 명시하지 않는 등 졸속적이고 부실하다"면서 "대통령은 즉각 퇴진 후 검찰의 대면조사를 받아야 한다"라고 압박했다.
퇴진행동은 19일 서울과 전국 각지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4차 범국민행동(촛불집회)'을, 26일은 전국 집중 투쟁일(日)로 정해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로 5차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다.
특히 4차 집회는 17일 수능이 끝난 뒤 첫 주말이어서 고교 3학년생들이 대거 나올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국의 고3 수험생은 약 60만명이다.
여기에 100만명이나 모인 3차 집회 후에도 박 대통령이 책임있는 결단은커녕 검찰 조사를 회피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탓에 3차 때를 능가하는 인파가 몰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공무원 A(46)씨는 "주말에 헌법 1조를 외쳤던 국민들을 상대로 청와대 측이 헌법 정신을 들어 임기 단축·하야·2선 후퇴가 다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힌 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라며 "민심의 반발을 더욱 부른 듯 하다"고 밝혔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심과 관계 없는 국정 운영이 지속된다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집회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분석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