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점령하는 트럼프… 규제주의자 증권거래위원장 사임

입력 2016-11-15 08:43

메리 조 화이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14일(현지시간) 사임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 차기 정부가 금융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화이트 위원장이 스스로 물러난 것으로 일제히 분석했다.
화이트는 지난 2013년 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위원장으로 임명되기 전 10여년동안 뉴욕 맨해튼 연방 검사로 재직하면서 테러 조직 및 폭력 조직 비자, 화이트칼라 범죄 수사에 명성을 날렸던 인물이다.

SEC는 지난 2008년 뉴욕발 금융위기 발발 직후 취임한 오바마 행정부의 금융 규제 정책을 상징해오다시피한 조직이다. 화이트는 지난 3년여동안 SEC를 이끌면서 헤지펀드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하고 대형금융사들이 시장을 또다시 교란시키지 못하도록 각종 규제를 도입해왔다. 최근 여러 대형은행들이 수상한 뒷거래로 천문학적 벌금 철퇴를 맞은 데에는 SEC가 큰 역할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일부 급진파 의원들로부터는 SEC와 화이트 위원장이 월가 규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트럼프는 지난 2010년부터 발효된 대표적 월가 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의 폐기 또는 수정 등 월가의 각종 규제를 해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있다. 그는 선거유세 기간 중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2008년 9월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발 금융 위기에 대응해 내놓은 도드-프랭크법이 더이상 경제성장에 도움이 안된다며 대립각을 세워왔다. 하지만 미국 경제의 몸집을 키우고 일자리를 늘릴 새로운 법을 도입하겠다고 공언하면서도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가 유세 때 월가 개혁을 주장했으면서도 정작 월가의 규제를 해제하는 정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