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각) 오전 12시쯤 뉴질랜드 남섬 노스캔터베리 지역에서 미국 지질조사국(USGS) 기준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앙은 관광객들이 많이 헨머스프링 온천마을에서 남동쪽으로 15㎞ 떨어진 지점이다. 진원은 지하 23㎞다.
특히 이번 지진은 2011년 2월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해 185명이 숨진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북쪽으로 95㎞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했다. 크라이스트처치는 아직도 2011년 지진의 피해를 복구하는 중이었다.
영국 BBC 방송과 AP통신 등은 이번 지진으로 남섬 카이코우라에서 건물이 무너져 1명이 숨지고,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북쪽으로 150㎞ 떨어진 곳에서는 1명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교민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진 이후에는 수백차례의 여진이 이어졌다. 여진의 규모조차 6.8을 기록하면서 추가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동쪽 해안에는 파고가 2m에 달하는 파도가 쳤다. 쓰나미 발생 경보가 발효됐다가 경보 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뉴질랜드가 ‘복구를 위한 전쟁’을 치러야 할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고래 체험’으로 유명한 인기 관광지 카이코우라의 기반시설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주요 도로가 산사태로 모두 봉쇄되고 일부 도심지역은 출입이 통제됐다. 통신이 마비되면서 응급전화인 111이 일시적으로 먹통이 되기도 했다. 수도 공급이 끊겼고 전기는 오후가 돼서야 차츰 들어오기 시작했다.
진앙에서 200㎞ 떨어진 수도인 북섬 웰링턴에서도 건물 등의 피해가 잇따랐다. 월요일 아침이지만 학교와 관공서 등이 안전상의 우려로 문을 열지 않았다. 페리, 기차 등도 운행을 멈췄다.
한밤에 들이닥친 강진에 놀란 수천명의 시민들은 비상 대피한 상태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주민들은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지진으로 부서진 도로, 사무실, 건물 등의 사진을 공유하며 피해를 알렸다.
존 키 뉴질랜드 총리는 수도 웰링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비상사태는 선포하지 않기로 했다”며 “충분히 상황을 다룰 만한 역량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뉴질랜드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해 있다. 화산과 해구가 약 4만㎞에 걸쳐 둥글게 분포하고 있는 이 지역에서 전 세계 지진의 90%가 발생한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