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 현장에서 경찰 버스 위로 올라가 태극기를 흔들었던 시민이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로 유명한 '일간베스트저장소'의 회원이라는 목격담이 올라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는 시민들 스스로 비폭력과 질서를 외치며 평화집회 분위기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영국 BBC와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은 "100만 촛불집회는 굉장히 평화적인 집회였다"고 보도할 만큼 ‘평화집회’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2일 3차 촛불집회에서 시민 20~30명이 방호벽 옆 경찰 버스 위로 올라갔습니다. 버스 위에 올라간 이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애국가를 불렀습니다. 이와 함께 “경찰은 비켜라”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버스 아래로 내려 갈 것을 요구하던 경찰은 이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경찰이 시민들을 제압하는 과정 중에 버스 아래로 추락할 뻔한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평화시위를 외치며 내려오라고 소리쳤고, 경찰이 시민을 데리고 내려가면서 상황은 빠르게 수습됐습니다. 경찰은 이날 처음으로 차벽을 넘어온 집회 참가자 1명을 연행했습니다.
이날 자정쯤에는 복면을 쓴 남성 6명이 경찰 버스 위로 올라가 경찰과 대치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복면 먼저 벗어라"고 외치며 "복면 쓰고 폭력을 휘두르면 극우 단체 프락치라고 받아들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프락치(fraktsiya)는 특수한 임무를 띠고 다른 조직체나 분야에 파견되어 비밀리에 활동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들의 폭력적인 행동에 대해 네티즌들은 “역사에 남을 평화 시위에 오점을 남겼다”며 비난했습니다. 이 가운데 일부 네티즌은 과격시위꾼들이 “의심스럽다”며 “버스에 올라간 사람 중에는 극우성향 일간베스트 이용자들 같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 와중에 지난 12일 故백남기 농민 딸 백도라지 씨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이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백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자주 오던 일베가 경찰 버스에 올라가 있다"고 글을 남겼습니다. 이어 그는 "친구들 시켜서 (그 사람들에게) '일간베스트 아세요?'라고 물었는데, 자기는 '보수지만 이 사건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답했다"며 “장례식장과 추모 집회에 빠지지 않고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백 씨의 글을 본 네티즌들은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입니다. 네티즌들은 백씨의 글을 리트윗(공유) 하며 "경찰차 위에 올라간 사람들은 일부 극우주의자들과 동원된 프락치들"이라며 분노했습니다.
백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국정농단’에 화가나 버스 위에 올라간 시민들이 모두 다 극우 성향의 '일베' 이용자들이라고 규명 할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보수지만 이 사건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말처럼 '일베' 이용자들도 시민들과 함께 섞여서 분노의 행동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네티즌들이 이들의 행동에 화가 난 이유는 극우 성향을 떠나 성숙한 시민의식이 보여준 평화집회가 일부 몰지각한 이들로 빛이 바랬기 때문일 것입니다. “법이 지켜져야 민주주의다”라는 한 네티즌의 댓글은 많은 것을 시사 해 주는것 같습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