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박성현, 미국 진출 새길 열어젖혀

입력 2016-11-12 11:36
 

201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휩쓴 '대세' 박성현(23·넵스)이 다음 주면 미국 진출을 위해 출국한다.
시즌 20개 대회에 출전해 7승을 수확한 박성현은 역대 한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을 경신했다. 10년 만에 60대 타수를 찍으며 최저타수상도 찜했다.
 박성현은 신지애(28·스리본드)가 KLPGA 투어 역대 최다승인 9승을 달성한 2007년이 떠오를 정도로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였다. 선수들의 기량이 상향평준화한 것을 감안하면 박성현의 기록이 새삼 놀랍다.
 시즌을 마친 박성현은 최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을 선언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LPGA 투어 우승타이틀이나 퀄리파잉스툴(Q스쿨), 2부 투어 경험이 없는 박성현의 미국 진출은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그 동안 LPGA 무대에 도전했던 수많은 한국 선수들은 Q스쿨이나 2부 투어를 거치는 게 일반적이었다. 최근 은퇴한 '골프여왕' 박세리(39)가 그랬고, '올림픽 영웅' 박인비(28·KB금융그룹)도 마찬가지였다.
 전인지(22·하이트진로)나 김효주(21·롯데)와 같이 초청선수 자격으로 출전한 LPGA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미국 무대에 직행한 케이스도 있다.
 그러나 박성현은 LPGA에 진출한 선배들과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올 시즌 KLPGA 투어에 집중하면서 간간히 출전한 LPGA 투어 7개 대회에서 비록 우승은 없었지만 메이저대회 준우승과 3위 등 호성적을 내며 68만 달러가 넘는 상금을 수확했다.
 이는 LPGA 투어 상금순위 21위에 해당한다. LPGA는 비회원이라도 상금순위 40위 이내 들면 차기 시즌 출전권을 준다. 박성현이 한국여자골프 선수 중에서는 처음으로 이 요건을 충족하며 미국 무대에 입성하게 됐다.
 입성 과정 자체가 특별한 박성현은 LPGA 무대에 연착륙하기 위해 준비 과정 또한 남다르다.
 KLPGA 투어가 이벤트 대회 등 아직 한 달 가량의 일정이 남은 상황에서 박성현은 조기에 시즌을 접었다. 그를 아끼는 팬들은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골프 인생의 2막을 활짝 열 수 있도록 응원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박세리의 소속사인 세마스포츠마케팅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한 박성현은 전담 코치와 캐디, 현지 매니저 2명(영어 전담 매니저와 로드 매니저) 등 4명의 전담팀을 꾸렸다. 다음주면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미국에서 훈련에 돌입한다.
 박성현의 약점으로 꼽히는 쇼트게임을 보강하기 위해 쇼트게임 전문가 브라이언 모그와 훈련한다. 미국 진출을 망설이게 했던 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어 전담 강사도 함께 생활하며 집중적으로 공부할 계획이다.
 박성현 스스로 미국 진출을 선언하면서 '1승과 신인왕'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올 시즌 보여준 기량과 LPGA 투어에서 거둔 성적을 볼 때 주위의 기대치는 그 이상이다.
 역대급 전담팀을 꾸려 철저한 계획 하에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만큼 누구도 박성현의 연착륙을 의심하지 않는다.
 누구와 겨뤄도 뒤지지 않을 시원스런 장타와 공격적인 경기 스타일은 오히려 국내보다 미국 무대에서 더 능력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이다.
 박성현의 LPGA 투어 데뷔는 내년 1월18일 바하마에서 개막하는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2개월 남짓 기간 동안 미국 진출을 위한 준비에 완벽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학로 기자 hr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