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바르셀로나에서 한솥밥을 먹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네이마르(브라질).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은 둘은 경기 전 포옹을 나눴다. 이내 등을 돌린 둘은 적이 되어 맞붙었다. 네이마르는 화려한 기술로 아르헨티나를 농락했다. 공격포인트를 2개 올린 네이마르는 침묵을 지킨 메시 앞에서 한바탕 신나는 삼바춤을 췄다.
브라질은 11일(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에스타디오 미네이랑에서 열린 아르헨티니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남미지역 최종예선 11라운드 경기에서 3대 0 완승을 거뒀다. 네이마르는 1골 1도움으로 브라질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최근 4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다. 공격포인트는 9개(4골 5도움)를 기록 중이다. 브라질 대표팀에서 가장 많다.
브라질은 이번 승리로 5연승을 질주하며 7승3무1패(승점 24)로 남미 10개 팀 가운데 1위를 지켰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파라과이전(0대 1 패)에 이어 또 패배를 당하며 4승4무3패(승점 15)를 기록해 본선 진출에 비상이 걸렸다.
아르헨티나는 예상대로 4-4-2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메시는 곤살로 이과인(유벤투스)과 투톱을 형성했다. 브라질은 4-1-4-1 포메이션을 선택했다. 최전방에 가브리엘 헤수스(SE 파우메리아스)가 출격했다. 네이마르는 헤나투 아우구스토(베이징 궈안), 파울리뉴(광저우 에버그란데), 필리피 쿠티뉴(리버풀)와 함께 2선 공격에 나섰다.
브라질은 네이마르를 중심으로 공격을 풀어 나갔다. 네이마르가 공간을 찾아 움직이며 슈팅 기회를 노렸다. 자신에게 상대 수비수들이 붙으면 동료들에게 슈팅 기회를 내줬다. 네이마르의 플레이에 따라 브라질의 공격이 춤을 췄다. 전반 24분 터진 브라질의 선제골은 네이마르와 필리피 쿠티뉴(리버풀)의 합작품이었다. 쿠티뉴는 네이마르의 패스를 받아 상대 수비수들을 피해 아크서클 부근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그물을 흔들었다.
네이마르는 전반 추가시간엔 추가골을 터뜨렸다. 가브리엘 헤수스(SE 파우메리아스)의 패스를 받은 그는 페널티지역 외곽 왼쪽에서 강한 오른발 슈팅을 날려 아르헨티나 골문을 열었다.
후반 들어서도 경기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다. 브라질 공격진은 아르헨티나 수비 조직을 푹푹 쑤셔댔다. 아르헨티나 수비에 틈이 생기면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수세에 몰린 아르헨티나는 간간이 역습을 시도했지만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진 못했다. 브라질은 후반 13분 파울리뉴의 골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기대를 모았던 메시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 주지 못했다. 드리블과 돌파는 번번이 브라질 수비에 막혔다. 슈팅도 날카롭지 못했다. 후반 25분 아르헨티나는 페널티지역 외곽 오른쪽에서 프리킥 기회를 잡았다. 좋은 위치였다. 키커로 메시가 나섰다. 하지만 메시의 킥은 위력적이지 않았다. 브라질 골키퍼는 힘없이 날아오는 볼을 쉽게 잡아냈다. 메시는 경기 막판 브라질의 측면을 파고들며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너무 늦게 시동이 걸린 메시는 국가 대표팀에만 가면 작아지는 자신의 존재감에 또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