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피해자 신고받고 출동했다가 100억대 사기혐의 수배자 그대로 풀어줘 말썽

입력 2016-11-10 21:46 수정 2016-11-11 08:00
피해 당사자의 신고전화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100억대 사기혐의 수배자를 불심검문까지 했으나 가짜 신분증에 속아 그대로 풀어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찰은 자체 감사에 착수했지만 경찰 감시망을 피해 달아난 수배자의 행방은 현재까지 오리무중이다.
사기 피해자 문모(47)씨는 10일 “수년전부터 광주와 서울 등에서 10여명에게 100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로 지명수배 중인 김모(57)씨와 우연히 마주친 직후 경찰에 신고전화를 걸었다”고 밝혔다.
파마머리에 트레이닝복을 입은 김씨가 9일 오후 2시15분쯤 송정 모 재래시장 골목에서 떡을 손에 사들고 거리를 지나는 것을 우연히 목격하고 경찰에 112신고전화를 직접 걸었다는 것이다.
문씨는 “김씨의 인상착의와 옷차림, 주민등록번호까지 구체적으로 생중계 하듯이 알려줬지만 현장에 출동한 광주광산경찰서 송정파출소 경찰관들은 간단한 신원확인만 거친 후 그대로 풀어줬다”며 “도대체 왜 놓아줬는지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문씨는 “시장 골목에서 김씨의 얼굴을 똑똑히 봤다는 다른 피해자도 있다”며 “경찰관들이 어떤 이유로 김씨를 붙잡지 않고 돌려보냈는지 영문을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당시 현장에 출동한 송정파출소 직원들은 “김씨가 내민 주민등록증에 부착된 사진과 얼굴이 일치했다”며 “현행범도 아닌데 강제로 연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당시 문씨가 제보한 떡집 골목에 출동했다가 김씨가 사라진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행적을 추적한 결과 10여 분만에 인근 길거리를 배회하던 김씨를 발견했고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이후 신원조회 결과 수배사실 등이 드러나지 않아 그대로 가도록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씨가 경찰관들에게 제시한 신분증은 위조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씨와 함께 김씨에게 사기피해를 당한 최모(50)씨 등이 떡집 인근에서 확보된 CCTV 화면을 통해 “수배 중인 김씨가 확실하다”고 추가 증언을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문씨 등은 경찰이 단순한 신분증 확인이 아니라 지문조회만 한 번 했어도 검문한 김씨가 지명수배자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고 억울해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내민 신분증 조회 결과 수배사실이 없어 불심검문 규정에 따라 풀어주게 된 것일뿐”이라며 “제보만 믿고 길거리에서 함부로 강제 연행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그러나 문씨 등이 거세게 반발하자 형사계 2개반으로 검거반을 편성해 김씨를 추적 중이다.
경찰은 유사수신행위와 어음거래, 모텔 소유권을 둘러싼 사기행각 등으로 광주 서울 등에서 10여 명에게 100억대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김씨에게 지명수배가 내려진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광산경찰서 청문감사관실은 현장에 출동한 파출소 경찰관들의 불심검문 등 공무집행 과정이 적정했는지 여부에 대해 자체 감사를 벌이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