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작은 예수', '사랑의 원자탄'. '한센인의 아버지’
두 아들을 죽인 원수를 용서하고 양자로 삼아 그리스도의 사랑을 몸소 실천했던 산돌 손양원(1902~1950) 목사를 지칭하는 별칭들이다.
손 목사의 순교를 기리기 위한 순교기념관은 애양원과 역사박물관이 위치한 전라남도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CTS기독교TV(회장 감경철 장로) 대한민국기도원정대 200여명의 대원들은 손양원 목사 기념관 앞에서 일제의 핍박 속에서도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신앙을 지켰던 그 마음을 생각하며 '한국교회의 부흥과 이 땅의 복음전파', '분단된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했다.
강사로 초청된 정영교 목사(산본양문교회)는 “한국전쟁 66주년을 맞아, 분단된 나라와 민족의 현실을 자각하고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하나님께 간구하며 새롭게 결단하게 하옵소서”라고 기도했고, 참석자들은 정 목사의 설교에 “아멘, 할렐루야”로 화답했다.
현 시국에 대한 구국 기도도 이어졌다. '사회의 갈등과 분열','국가 위기 극복', '동성애 문제와 이슬람 침투'에 대해 지혜롭게 고비를 헤쳐 나갈 수 있게 해 달라고 뜨겁게 기도했다.
대원들은 손 목사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이곳 순교 현장에서 더 깊은 감동을 받았다.
특히 기념관에는 손 목사가 옥중에 있는 동안 작성한 옥중서신을 볼 수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 형제 그리고 아내와 자식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애양원 교우에 대한 섬세한 사랑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옳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하고 옳지 못한 것에 피 흘리기까지 싸워 이겨라'고 권고하는 대목에서는 손목사의 의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CTS기도원정대원들을 따뜻하게 맞아준 애양원교회 임미숙 권사는 “CTS대한민국기도원정대의 이번 순례의 길에 모든 분들이 인격적으로 주님을 만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손양원 목사님처럼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길 바라고, 주님을 닮아가는 기도의 대장부가 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 목사는 경남 함안 출신으로 평양 장로회신학교를 마치고 한센병환자들 수용소인 전남 여수 애양원에 부임했다.
가족들에게도 버림받은 한센병 환자의 상처에서 입으로 피고름을 빨아내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몸소 실천한 목회자이다.
1940년 일제의 신사참배를 거부한 죄로 투옥돼 광복 때까지 옥고를 치렀다.
6‧25전쟁 중에 피난을 가야한다는 주위의 간곡한 권유를 뿌리치고 한센인을 버리지 않고 교회를 끝까지 지키다 공산당에 의해 총살당하면서 신앙인으로 순교자의 길을 걸었다.
1995년 독립유공자로 선정돼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상했다.
한국기독교 역사와 이 땅의 복음화를 위해 순교하신 순교자의 삶을 직접 보기위해 자매가 함께 참여했다는 추순녀(67속초갈릴리교회)집사는 “순교길을 걸으며 나도 같은 상황에서 그 길을 갈 수 있을까.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스스로에 물었다. 솔직히 두렵고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주님께 순종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마음을 주셨고, 하나님의 은혜가 채워져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대원들은 '순교신앙의 어머니'라 불리는 문준경 전도사의 순교의 길을 찾아, 다음일정인 천국의 섬 증도로 향했다. 증도로 가는 길 내내 제법 많은 양의 가을비가 내렸다.
빗길을 헤치고 노방전도를 다녔을 문 전도사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듯 했다.
여수에서 버스로 3시간을 달려 도착한 증도에는 오염되지 않은 천연의 자연과 함께 문 전도사가 개척하거나 섬긴 교회들, 기도처, 순교지 등이 남아있었다.
문 전도사는 경성성서학원(현 서울신대)을 졸업한 후 전남 신안군 임자진리교회, 증동리교회, 대초리교회, 방축리교회 등 100여개 교회를 개척했으며 증도를 복음화율 90%에 이르는 복음의 섬으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50년 10월 복음을 전하고 예배를 인도했다는 죄로 문 전도사는 신안 증도 증동리 갯벌에서 공산당원들에 의해 순교했다.
문 전도사의 순교를 기억하기 위해 성결교단이 모금운동을 벌여 설립한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관’에서 대원들은 한국교회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그녀의 삶과 신앙에 대한 자료와 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원들 모두 여성의 몸으로 낙도 오지에 복음을 전하고, 총칼 앞에 당당했던 문 전도사의 삶 과 신앙에 큰 감동을 받았다. 일대기를 다룬 영상이 끝나자 많은 대원들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 할 수 없었다.
전도사의 순교신앙을 이어가겠다는 신앙고백이 쏟아져 나왔다. 두 손을 들고 “주님을 닮아가자, 복음을 전하는 일, 다음세대를 세우는 일에 헌신하자”며 소리 높여 기도했다.
문준경전도사 순교기념관 관장 김헌곤 목사는 "문 전도사가 다음세대를 위해 복음을 전했던 그 열매의 씨앗이 김준곤 목사님과 같은 한국교회의 지도자를 만들어 낸 것이다. 특별히 우리 모두가 문전도사님이 그러했듯이 뜨거운 열정와 헌신의 마음으로 다음세대를 살리는 일에 기도를 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증도에는 순교 당시 긴박했던 상황에서도, 교회와 성도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그녀의 뜨거운 순교신앙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특히 문 전도사가 전도를 위해 섬과 섬 사이를 걸어 다녔던 ‘노두길’과 증동리교회를 끼고 올라간 산꼭대기에 문 전도사가 무릎 꿇고 기도했던 기도바위 현장은 마음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서울 강서구 더드림교회 이규정(70)목사는 "CTS를 매일 10시간씩 시청한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는 영상선교에 평소에 관심이 많았다. 방송을 시청하던 중에 이번 기도원정대에 모집 소식을 알게됐다"면서 "손양원 목사님, 문준경 전도사님의 사도로서 보여준 신앙의 모습을 직접 보고, 나부터 세상 적으로 살아온 모습을 거둬내고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 남은 삶을 예수님의 마음으로 순교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CTS대한민국기도원정대의 목적은 나라가 어려울 때 함께 모여 기도했던 기독교의 정신을 이어받아, 손양원 목사, 문준경 전도사 등 순교자의 발자취를 따라 나라와 민족, 한국교회를 위해 기도하기 위함이다.
이번 기도원정대는 지난 6월 진행된 ‘CTS독도기도원정대’ 에 이은 두 번째 국토 탐방 기도행사이다.
CTS 감경철 회장은 “이번 기도원정대를 통해, 단순히 순례와 관광에 그치는 것이 아닌 한국교회의 변화와 개혁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은혜의 말씀을 나누는 뜨거운 감동의 여정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라남도 성지 순례길을 따라가면서, 남도가 맛과 멋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의 신앙 정수가 품고 있는 곳임을 느끼며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되돌아보고 신앙의 대전환을 경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CTS 대외협력국장 김형수 이사는 “CTS기도원정대는 대한민국 가장 서쪽에 위치한 백령도, 최동단 독도, 최남단 마라도, 군사분계지역인 강원도 양구와 동해 등을 방문하고, 나라와 국가, 국토방위에 여념이 없는 장병과 지역교회를 위해 기도와 관심의 지경을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