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의 장본인 최순실(60·구속)씨가 검찰에 체포된 뒤에도 그가 세운 비밀회사에서 증거 자료들이 외부로 빠져나간 사실이 드러났다. 최씨는 기업 돈 288억원으로 설립된 K스포츠재단과 한 몸인 개인회사 더블루케이를 폐업한 지 한 달 만에 또 다른 ‘기획법인’을 세웠다.
10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 최씨는 더블루케이를 지난 8월 2일 폐업하고, 9월 2일 서울 삼성동 K빌딩 9층에 ‘더운트’(The Woont)를 설립했다. 그가 독일로 출국하기 하루 전이다.
자본금 1억5000만원으로 세워진 더운트는 사업목적으로 여행업, 승마장 운영 등 승마산업, 체육 분야 우수인재 육성, 홍보·기획 대행업, 스포츠 마케팅 사업 등 무려 50여개를 신고했다. 더블루케이 등 최씨 소유업체들의 사업내용이 망라된 ‘확장판 후신’인 셈이다. 미르·K스포츠재단 배후에 최씨가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법인 세탁’을 위해 급조한 회사일 개연성이 높다. 더블루케이가 문을 닫은 이후 그 안의 컴퓨터와 집기 등이 더운트로 옮겨졌다고 한다. 검찰이 지난달 26일 더블루케이 압수수색에 들어갔을 때 사무실은 텅 빈 상태였다.
더운트 설립 실무는 오랜 측근인 장순호(64)씨가 맡았다. 장씨는 최씨가 실질 주인으로 알려진 광고업체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의 재무이사로 있다가 나와 지시에 따라 더운트에 합류했다. 플레이그라운드 역시 최씨가 먼저 “이력서를 내라”며 채용했다고 한다. 더운트 등기이사 3명도 최씨와 장씨가 나눠서 영입했다. 그러나 한 이사는 “회사 이름도 못 들어봤다. 내 이름이 왜 거기 올랐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더운트는 한 달도 안돼 폐업했다. 임대 보증금도 제대로 회수하지 않은 채 더운트 측의 연락이 끊겼다고 건물 관리인은 전했다. 이어 이달 1~2일 누군가가 보낸 남성들이 사무실에 있던 집기들을 가져갔다. 특히 사무실 방 2곳에 각각 놓여있던 대형금고 2개도 외부로 빠져나갔다. 장씨는 “직원들이 보관창고에 짐을 옮겼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달 30일 귀국해 그 다음날 긴급체포 됐다. 검찰이 최씨를 붙잡아 놓고 조사를 하는 와중에도 그가 최후로 세운 회사의 자료들이 인멸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장씨와 경리 여직원을 수차례 불러 더운트 관련 의혹을 추궁하는 중이다.
검찰은 이날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우 전 수석과 부인의 휴대전화도 압수했다. 압수수색영장에는 직권남용 혐의가 적시됐다. 우 전 수석이 최씨와 ‘부역자’들의 국정농단 사실을 인지하고도 방조·묵인한 정황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황인호 이경원 기자 inhovator@kmib.co.kr
[단독] 최순실 체포 이후에도 비밀회사서 자료 유출
입력 2016-11-10 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