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남자는 집안일을 잘해야… 이제는 ‘살림남’ 시대

입력 2016-11-08 19:25
KBS 제공

‘남자가 하는 일이 얼마나 바쁜데. 장봐야지, 집안일 해야지, 이유식 만들어야지, 분리수거 해야지, 아침밥 해야지, 아이랑 놀아줘야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남자들이 왔다. 배우 김승우·김정태·봉태규, 개그맨 문세윤, 방송인 김일중,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하태권. 유부남 6인방이 각자의 살림 노하우를 공개한다.

8일 오후 11시10분 첫 방송되는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은 남자 스타들이 직접 살림살이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이 화면을 출연자들끼리 함께 보며 의견을 나누는 형태의 관찰 예능 겸 토크쇼다.

연출을 맡은 이민정 PD는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남편과 아내의 일상을 다룰 예정”이라며 “사소하지만 리얼한 살림 이야기를 다루는 게 우리 프로그램의 매력이자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기존 육아 예능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 PD는 “아이가 있는 출연자의 경우 육아하는 모습도 비춰질 수 있으나 살림이라는 카테고리의 범위는 육아보다 넓다”며 “육아적인 부분은 의도적으로라도 제외하고 제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출연자들의 살림 실력은 각자 다르다. 누구는 베테랑이고, 누구는 생초보다. 단, 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공감대 하나는 ‘살림이 아내만의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맏형 김승우는 멤버들의 살림 등급을 칼 같이 매겨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첫 녹화를 하고 보니까 김정태·문세윤·봉태규는 살림을 아주 잘하고, 저랑 하태권은 중간 정도인데, 김일중은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김승우는 “저는 살림에 익숙지 않은 편이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배울 생각으로 참여하게 됐다”며 “(살림 잘하는) 친구들 통해 저도 사랑받는 남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살림 경력 30년차인 김정태는 자신만만했다. 그는 “한국 남성들의 살림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참여했다”며 “살림의 정석이 뭔지 정확하게 보여드리겠다. 제 노하우는 방송을 통해 조금씩 오픈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활약한 하태권은 본격 예능 도전에 다소 어색해했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집에 가면 똑같은 가장이다. 가정을 위해 (당연히) 집안일도 해야 한다. 지구력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요주의 인물은 김일중이다. 결혼한 지 9년이 다 되도록 집안일 한 번 제대로 도와주지 않았다는 그는 “제가 남편들의 기를 살려드리겠다. (살림을 잘하는 다른 멤버들과 비교돼) 아내에게 구박을 당할 남편들의 기를 살려드리고자 제가 ‘욕받이’가 되겠다”고 농담어린 포부를 밝혔다.


예능 출연에 요즘 매일매일 신이 난다는 문세윤은 “저는 ‘살림계의 박지성’ 같은 느낌으로 멀티플레이어가 될 것”이라며 “주종목은 없지만 고루고루 잘하는 살림 내공이 있다”고 자신했다.

“살림을 즐기는 편”이라는 봉태규는 더없이 바람직한 남편이었다. 최근 영화나 드라마 등 작품 활동 대신 예능에 자주 얼굴을 비추는 이유가 육아 때문이라고 했다.

봉태규는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됐는데, 아이가 자랄 때까지 부부가 함께 돌보자고 아내와 얘기했었다”며 “작품을 하게 되면 육아나 살림에 시간을 할애하기 쉽지 않다. 예능은 촬영일이 정해져 있어 아내와 스케줄을 조율하기 좋더라”고 설명했다.

봉태규는 남편이 살림을 한다는 것을 그다지 특별한 일이라 여기지 않았다. 매우 자연스럽고도 당연하게 “아내와 함께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뭐든 적극적으로 열심히 하는 게 강점”이라는 그는 “카메라 앞에서 살림한다는 게 아직은 어색하지만 촬영을 몇 번 더 하다보면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자연인 봉태규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