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 민심이 외치다 “김영우 총장 사퇴하라”

입력 2016-11-08 17:55
총신대(총장 김영우 목사) 학생들이 8일 종합관 1층에서 ‘김영우 총장 사퇴’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보연 인턴기자

“끊임없는 각종의혹, 사퇴하라 사퇴하라!”

 총신대(총장 김영우 목사) 학생들의 성난 민심이 학교의 대표자인 김영우 총장을 향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8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동작구 사당로 총신대 종합관 1층에는 ‘김영우 OUT’ ‘사퇴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로비를 가득 채웠다. 

 지난달 13일 “사법에서 배임증재한 것으로 판결이 나면 책임지고 총장직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 1개월 여 동안 ‘퇴진 촉구 대자보 개제 및 자발적 피켓시위’ ‘교수협의회 퇴진 촉구 기자회견’ 등이 이어지며 해결국면을 찾지 못한 것에 대해 학생들마저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최대로 총신대 학생회장이 총장사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김보연 인턴기자

 최대로 총신대 총학생회장은 총장사퇴 결의문에서 “‘2000만원 배임증재’ ‘이중직 논란’ 등 의혹을 해명할 것과 현 상황에 대해 책임을 시인하고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2주 전부터 매일 오후 ‘김 총장의 의혹 해명’을 촉구하는 기도회를 열며 진정성 있는 답을 기다렸는데 학우들로부터 ‘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져 7일부터는 단체농성 체제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농성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어졌다. 이날 종합관 1층 대강당에서 진행된 총신대 운영이사회(이사장 강진상 목사) 취임예배에 참석한 김 총장이 로비에 나타나자 학생들은 “사퇴하라”를 거듭 외치며 2층 총장실까지 따라나섰다. 거센 시위 물결에 놀란 표정으로 총장실에 들어간 김 총장과 학교 관계자들로부터 진입을 거부당한 학생들 사이에 대치가 시작됐다.
총신대(총장 김영우 목사) 학생들이 8일 총장실 앞에서 ‘김영우 총장 사퇴’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보연 인턴기자

 학생들은 총장실 앞 복도에 앉아 찬양과 기도를 거듭하며 김 총장의 입장 해명을 촉구했다. 대치 1시간 여 만에 학생들 앞에 선 김 총장이 “자신은 배임증재에 해당하는 일을 한 바가 없다. 사실 여부는 사법부가 가려줄 것”이라고 발언하자 학생들은 “구체적으로 입장을 말해 달라. 하나님이 두렵지 않느냐”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자신의 차량에 탑승하려는 김영우 총장이 시위 중인 총신대 학생들과 대치하고 있다.

 학생들의 강한 반발에 다시 총장실로 들어간 김 총장은 10분 뒤 학교 관계자들과 함께 이동을 위해 주차장으로 향했지만 김 총장의 차량이 시위대에 둘러싸이며 또 다시 대치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주차장을 벗어나려는 김 총장의 차량에 한 학생의 발이 깔리는 사고가 발생해 구급차와 경찰이 출동했다. 몇몇 학생들은 놀라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후에도 1시간여 동안 시위대가 차량을 둘러싼 채 대치가 계속됐다.

 결국 오후 3시 30분경 차량에서 내린 김 총장은 학생들과 질의응답에 나섰다. 최대 관심사인 ‘2000만원 배임증재’건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지만 김 총장은 이번에도 “이 자리가 재판 현장은 아니며 검찰의 수사 중에 있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는 입장만 번복했다. “의혹만 가지고도 총장직을 사퇴한 이화여대의 경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이화여대 사안은 의혹뿐만 아니라 실체적 진실이 드러난 경우이기 때문에 다른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강진상 총신대 신임 운영이사장(오른쪽)이 8일 서울 총신대 대강당에서 진행된 취임예배에서 김선규 예장합동 총회장으로부터 취임패를 전달받고 있다. 김보연 인턴기자

 한편 총신대 운영이사회(이사장 강진상 목사)는 이날 오전 총신대 대강당에서 신임 운영이사장 취임예배를 가졌다. 지난 9월 제101회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장 김선규 목사) 총회에서 정기총회를 갖고 강진상(경남 양산 평산교회) 목사를 신임 운영이사장으로 선출한 지 40일 만이다. 그동안 운영이사회는 총회 폐회 직후 총신대의 협조를 받아 채플이 열리는 대강당에서 공식 취임예배를 가질 계획이었지만 2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총회-총신대 갈등으로 인해 일정이 연기돼 왔다.
강진상 총신대 신임 운영이사장이 취임사를 전하고 있다. 김보연 인턴기자

 강진상 운영이사장은 취임사에서 “신임 운영이사장 선출 이후 ‘왜 하필 이 때에 그 직함을 맡느냐’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며 “누군가 감당해야 할 사명이라면 시기를 떠나 마땅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소통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정도를 걸어가겠다”며 “화합하는 총회와 총신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