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누가 되든 ‘트럼피즘’은 남는다

입력 2016-11-08 15:52 수정 2016-11-08 17:03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7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맨체스터 유세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비판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트럼피즘(Trumpism)’이 미국 정치권에 깊이 자리 잡을 것이라고 AFP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피즘은 트럼프식 언행과 생각하는 방식에 열광하는 현상을 말한다. 소수의 정치 기득권층이 장기 집권하는 동안 쌓인 국민의 피로와 불만이 극에 달해 트럼피즘이 생겨났고, 이 현상은 대선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인의 불안감이 트럼피즘의 시작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 탐사보도 전문지 마더존스는 같은 날 “트럼피즘은 불법이민자의 지속적 유입으로 미국인이 느끼는 분노와 불안한 감정에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사회에 남아있는 인종차별주의와 애국주의가 트럼프와 만나 트럼피즘을 빚어냈고 대통령이 누가 되든 이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식 막말도 한동안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여과 없이 말하는 것이 트럼프의 인기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아이오나대 진 제이노 교수는 “거친 언어가 인기를 끈다는 사실을 확인한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트럼프를 모방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초당적 인물이 연달아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와 민주당 경선 참여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기성 정치를 향한 반감을 대변했다. 컬럼비아대 로버트 셔피로 교수는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트럼프에 표를 던진 유권자들은 공화당이 아닌 트럼프를 보고 지지한다”며 “유권자들은 공화당과 민주당 지도부에 분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피즘 확산 가능성에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지타운대 E J 디온 주니어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트럼프뿐 아니라 트럼피즘도 물리쳐야 한다’는 칼럼에서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언행과 여성혐오, 탐욕, 복수심이 (대선 후에도) 남아선 안 된다”며 “트럼피즘은 백인 우월주의와 극우주의가 활개 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