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최태민 이어 이번엔 무속?…교계 충격

입력 2016-11-08 10:46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가 지난 5월 참여한 행사에서는 일부 참가자들이 빨간 옷을 입고 굿판을 벌였다. YTN 영상 캡쳐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가 도심 굿판은 물론 무속신앙을 설파하기 위한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에 교계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이비 종교인이었던 최태민씨 일가에 의한 국정농단이 수습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무속신앙에 심취한 공직자를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최고직에 임명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하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을 지낸 박종순 충신교회 원로목사는 “최태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가뜩이나 나라가 어지러운 상황에서 불건전한 신앙을 가진 사람에게 국정을 맡긴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목사는 “전봉준 장군이 언제 생존했던 인물인데 만났다는 말이냐”면서 “이런 국가 위기상황에서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인사가 만사다. 청문회 전에 이 문제를 처리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2002년 당시 ‘붉은 악마’ 용어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화이트 앤젤(White angel)’ 운동을 벌인 최성규 한기총 전 대표회장도 “인간은 영, 혼, 육으로 돼 있는데 영이 맑아야 혼이 살며, 정신으로 불리는 혼이 똑바로 박혀 있어야 바르게 행동한다”면서 “만약 혼이 죽어있다면 애국심도 정의도 공의도 없다”고 지적했다.

최 전 대표회장은 “지금과 같은 난국에 제일 중요한 덕목은 정직”이라며 “어떻게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굿판을 벌이고 무속신앙을 설파하는 책을 쓴 사람을 국정 책임자로 세우게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유석성 전 서울신대 총장도 “법과 질서에 따라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장관 내정자가 무속적인 것을 추구했다니 어이가 없다”면서 “국교도 아닌 무속, 굿 등을 통해 국가의 안전을 빌면 사회가 과연 안전할 것 같은가. 그런 일을 해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