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에게 제한된 의료기기 사용이 한의학 발전을 저해하고 있으며 시대 변화에 맞춰 현대 한의학이 과학기술을 활용해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한한의사협회와 중국 중화중의약학회는 지난 4일 여의도 켄싱턴호텔 센트럴파크홀에서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 보건복지부 남점순 한의약정책과장, 한국한의학연구원 이혜정 원장, 한약진흥재단 신흥묵 원장 등 약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중 진단체계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북경중의약대 조진희 교수는 중의사들이 혈액검사, 소변검사와 함께 맥이나 설(혀) 상태에 대한 진단기기와 설 표면 진액의 변화를 측정하는 기기 등을 활용해 진단하고 치료한 학술적 증례들을 발표했다.
조 교수는 “중국에서는 중의사들이 진단체계에 있어 의료기기를 사용한 결과를 보편적으로 참작하고 있다. 이는 치료 전·후 효과를 평가하는데 의미가 크고 세계적으로 한의약의 유효성 전파 및 양의사들과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이 된다”며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해충 북경중의약대 교수는 중의 진단의 객관화 방법으로 35개의 변증을 구분, 이에 기초한 임상 빅데이트 분석 모델을 제시하고 변증 체계를 전통의학적 진단시스템을 활용해 아스피린에 적용한 사례를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가 교수 역시 발표를 통해 “중의학의 진단학을 논할 때 질병에 대한 정보를 채집하는 과정과 이에 대한 분석을 통해 최종적인 변증 진단을 하게 되는데 질병의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중의사는 이학적 검사와 임상검사를 모두 활용하고 있다”며 진료에 의료기기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는 중의사들의 현황을 설명했다.
특히 조 교수와 가 교수는 중국 중의사의 경우 진단에 있어 의료기기 사용에서 서의사(양방의사)와 차별이 전혀 없으며, 오히려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한양방 협진, 중서의 결합 등을 정부차원에서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만일 중의사들에게 의료기기 사용을 막았다면 중의학이 지금처럼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한국도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도록 정책적, 제도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