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복수의 여행사를 운영하며 국외여행 알선업을 하던 장모(64)씨를 7일 소환해 조사했다. 현재 2곳의 여행사 임원으로 재직 중인 장씨는 최순실(60·구속) 모녀의 해외 체류를 도와준 이로 지목돼 있다. 그는 최씨의 아지트였던 서울 논현동의 카페 운영업체의 임원이기도 했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장씨는 현재 서울 당주동 V여행사와 연지동 W투어에서 사내이사로 일하고 있다. 장씨는 2003년 9월부터 V여행사에서, 2014년 3월부터는 W투어에서도 일했다. 장씨는 W투어에 동업을 제안하던 당시 “단독으로 하는 여행사업이 잘 되지 않는다. 이곳 회사에 적(籍)만 두게 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W투어 측은 이런 장씨가 V여행사를 폐업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V여행사는 법적으로 존속하고 있다. 장씨는 W투어에서 고객 관련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고, 1년여 전부터는 W투어 사무실에 나오지 않았다. W투어 관계자는 “장씨가 ‘새로운 곳에 취직했다’고 해서 어디인지 굳이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장씨는 지난해 6월까지 서울 논현동 카페 ‘테스타로싸’의 운영업체였던 존앤룩씨앤씨에서 임원으로 일했다. 이 카페는 최씨가 측근들을 만나곤 했던 아지트로 알려져 있다. 여행업을 오래 한 장씨가 최씨와 어떻게 연결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장씨는 최씨에게 최씨의 법인을 맡아 운영할 이를 소개했고, 최씨는 이 카페에서 장씨가 소개한 이를 만났다.
더블루케이의 초대 대표였던 조모(57)씨는 “장씨가 스포츠 분야에서 일할 인력을 채용한다며 이력서를 내 보라고 했다. 장씨에게 이력서를 제출한 뒤 1주일 만에 최씨 면접을 보게 됐다”고 밝혔다. 반면 장씨는 국민일보에 “찻집은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다. 지구가 멸망해도 그런 일은 아니다”는 입장을 표한 바 있다. 검찰은 이런 장씨가 최씨의 법인 운영, 딸 정유라(20)씨와의 해외 도피 과정에 유의미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지난 주말부터 3일 연속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전국경제인연합 관계자들도 소환해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 사이에 벌어진 비공개 면담과 관련한 수사에 착수했다.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을 직접 독려했는지 살피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지난주 인력을 확충한 특수본은 재단 출연 대기업들을 전담으로 수사할 별도 팀을 꾸렸다.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는 이날 박 대통령 일정이 담긴 다이어리를 임의제출 받았다.
황인호 이경원 기자 inhovator@kmib.co.kr
[단독] 최순실·정유라 도피 지원? 여행업자 소환
입력 2016-11-07 17:32 수정 2016-11-08 1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