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는 어느 나라보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미국 대선 후보의 낙선을 바라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에 대비해 충격을 최소화할 ‘비상대책’ 마련에도 고심 중이다. 미 워싱턴포스트와 CNN머니는 5일(현지시간)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가 트럼프 당선이 경제에 몰고 올 ‘허리케인’에 대비해 비상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당장 수출이 타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미국으로 들여오는 멕시코 생산품에 관세 35%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하지 않으면 폐기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멕시코는 생산품 80%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수출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멕시코 폐소화 가치도 급락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미 달러 대비 19페소를 웃도는 가치가 달러당 21~29페소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알프레도 코우티뇨 중남미 담당 애널리스트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다음 날 막대한 충격에 직면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달아나고 한동안 불확실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페소화는 미국 대선 판세의 가늠자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 페소화 가치가 떨어지고 낮아지면 높아진다. 대선 TV토론을 할 때마다 외신들은 페소화 가치를 살피며 승자를 내다봤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힐러리 클린턴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결과를 무혐의로 종결짓자 7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페소화 가치는 달러 대비 2%이상 상승폭을 보였다.
장벽 건설 문제와 비용 부담도 당면할 과제다. 트럼프는 지난 8월 말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을 만나 국경에 장벽을 쌓고 그 비용을 멕시코가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니에토는 “멕시코가 비용을 내는 일은 없다”고 반박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과거 트럼프는 멕시코 이민자들을 ‘강간범’ ‘범죄자’라고 비하하면서 장벽 건설 방침을 밝혔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