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가 떨고 있다, 혹시라도 트럼프가 될까봐

입력 2016-11-07 16:15 수정 2016-11-07 19:16
멕시코 남성이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수도 멕시코시티에 놓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인형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다. 인형은 '트럼프를 막자'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AP뉴시스

멕시코는 어느 나라보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미국 대선 후보의 낙선을 바라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에 대비해 충격을 최소화할 ‘비상대책’ 마련에도 고심 중이다. 미 워싱턴포스트와 CNN머니는 5일(현지시간)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가 트럼프 당선이 경제에 몰고 올 ‘허리케인’에 대비해 비상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당장 수출이 타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미국으로 들여오는 멕시코 생산품에 관세 35%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하지 않으면 폐기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멕시코는 생산품 80%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수출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멕시코 폐소화 가치도 급락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미 달러 대비 19페소를 웃도는 가치가 달러당 21~29페소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알프레도 코우티뇨 중남미 담당 애널리스트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다음 날 막대한 충격에 직면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달아나고 한동안 불확실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오른쪽)가 지난 8월 말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공동성명 발표를 마치고 걸어 나오고 있다. AP뉴시스

페소화는 미국 대선 판세의 가늠자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 페소화 가치가 떨어지고 낮아지면 높아진다. 대선 TV토론을 할 때마다 외신들은 페소화 가치를 살피며 승자를 내다봤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힐러리 클린턴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결과를 무혐의로 종결짓자 7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페소화 가치는 달러 대비 2%이상 상승폭을 보였다.

장벽 건설 문제와 비용 부담도 당면할 과제다. 트럼프는 지난 8월 말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을 만나 국경에 장벽을 쌓고 그 비용을 멕시코가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니에토는 “멕시코가 비용을 내는 일은 없다”고 반박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과거 트럼프는 멕시코 이민자들을 ‘강간범’ ‘범죄자’라고 비하하면서 장벽 건설 방침을 밝혔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