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검사? 차기정권에 베팅한 경찰총수?… 코미 FBI 국장의 ‘선택’

입력 2016-11-07 15:08
사진=뉴시스

2013년 10월 2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취임식에 참석했습니다. 취임식장에 나란히 앉은 오바마와 코미입니다. 마냥 친근한 사이는 아닌 듯합니다.

사진=유튜브 동영상 캡처

코미가 워싱턴 정가에서 논란의 핵으로 떠오른 상원 사법위원회 청문회입니다. 2007년 5월 15일에 열렸습니다. 따져보면 공화당원이던 코미는 이 청문회를 계기로 FBI 국장이 됐죠.

코미는 1960년 뉴욕에서 태어났습니다. 아일랜드 이민자의 후손입니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습니다. 졸업 후 시카고대 로스쿨을 나와 뉴욕에서 검사가 됩니다. 이후 법무부에서 월드컴과 마사 스튜어트 기소를 담당하며 착실하게 경력을 쌓아 2003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법무부 부장관으로 승진하죠.

사진=C-SPAN 동영상 캡처

이 사진은 2007년 7월 17일 상원 사법위원회 청문회 모습입니다. 알레르토 곤잘레스 법무장관이 민주당 소속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의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이 청문회는 2004년에 백악관이 테러용의자를 영장없이 도청 할 수 있도록 존 애슈크로프트 당시 법무장관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열렸습니다. 청문회에서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밝혀집니다. 부시는 텍사스 주지사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곤잘레스를 법무장관으로 임명하며 중용했지만 청문회가 끝난 뒤 어쩔 수 없이 경질합니다.

사진=CNN 동영상 캡처

2007년 8월 27일 대통령 전용헬기 ‘마린1’에서 내려 곤잘레스 경질을 발표하는 부시는 무척 화가 났습니다. 워낙 역사적이고 재미있는 장면이어서 CNN이 생중계한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쉽게 찾을 수 있죠.

청문회에서는 코미가 백악관의 압력을 피해 멀쩡한 담당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애슈크로프트를 병원까지 찾아간 곤잘레스를 막고 법무부의 명예를 지킨 부장관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물론 코미는 2년 전 법무부 반대파들과 함께 물러났죠. 코미는 곧 영웅이 됐습니다. 신뢰받는 시민단체 CREW는 소신있는 공직자 상을 줬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3년 9월 26일 신임 FBI 국장으로 코미(왼쪽)를 지명했다고 발표한 뒤 로버트 뮬러 전임 국장(오른쪽) 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FBI

6년 뒤인 2013년 오바마는 코미를 FBI 국장으로 임명합니다. 워싱턴 정가는 발칵 뒤집혔죠. 공화당은 부시 레임덕과 오바마 당선의 공신이었던 코미의 당적까지 바꾸며 중용한 오바마에게 분노했습니다. 민주당은 그래도 공화당 당원이었던 코미를 요직에 앉히는 게 영 꺼림직했습니다.


2013년 9월 상원 인사청문회를 생중계한 C-SPAN의 동영상을 캡처한 사진입니다. 인사청문회는 치열했습니다. 공직을 그만두고 록히드마틴 같은 다국적 기업을 오가며 클린턴가와 이런저런 인연을 맺으며 돈을 벌었다는 온갖 이야기가 쏟아졌습니다. 그래도 무사히 취임해 오바마의 강한 신임 속에 별탈없이 업무를 수행합니다.

그리고 선거를 이틀 앞두고 코미는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수사종료와 불기소를 재확인합니다. 험하게 표현하면 정치바람을 탄 검사가 경찰청장에 임명돼 선거를 앞둔 대통령 후보의 범법여부 수사를 놓고 규정을 어겨가며 나라를 뒤흔든 사건입니다.

사진=AP뉴시스

코미는 정치검사일까요? 당선 가능성이 높은 차기 대통령에게 베팅한 경찰 총수일까요? 일단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로 조사는 시작됩니다.











고승욱 기자 swk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