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팔짱… 노무현 수사한 실세의 위세

입력 2016-11-07 11:04 수정 2016-11-07 13:08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6일 밤 9시 25분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11층에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모습. 조선일보 제공

실세의 위세는 대단했다. 7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검사 출신 실세 정치인은 팔짱을 낀 채 옅은 미소를 띠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청사 안에서다. 그를 응대하는 검찰 직원 두 사람이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이거나 웃으며 예의를 갖췄다.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는 사람의 모습이라고는 볼 수 없다.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태도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시민들은 “조사받으러 간 게 아니라 놀러 간 건가” “황제소환도 이런 게 없다”며 혀를 끌끌 찼다. 

두 개의 장면이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첫 장면은 우 전 수석이 지난 6일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 조사를 받으러 오는 길이었다. “가족회사 ‘정강’의 공금을 유용한 혐의를 인정하느냐”고 묻는 여성 기자를 매서운 눈길로 쏘아봤다. 이 모습은 전국적으로 생중계되며 “미안한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는가보다”는 시민들의 질타를 받았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6일 검찰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자신을 향해 가족회사 ‘정강’의 공금 유용 의혹을 질문하는 여기자를 1~2초 동안 응시하고 있다. 사진=TV조선


그의 위세는 검찰 청사를 들어서서도 꺾이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그날 밤 9시 25분쯤 서울중앙지검 11층에서 검찰 조사를 받는 우 전 수석의 모습을 공개했다. 자신을 조사한 사법연수원 8년 후배인 김석우 특수2부장의 방에서 찍힌 사진이다. 이 사진에서 우 전 수석은 점퍼의 지퍼를 반쯤 내린 채 팔짱을 꼈다. 미소까지 지어 보이는 그에게 후배 검사와 직원은 공손히 예의를 갖췄다.

2009년 “노무현씨, 당신은 더 이상 대통령도, 사법고시 선배도 아닌 그저 뇌물수수 혐의자로서 이 자리에 앉아있습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우 전 수석의 기세가 그를 조사하는 후배들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시를 기억하며 “대단히 건방졌다. 말투는 공손했지만, 태도에는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 묻어있었다”고 회고록에 썼다.

우 전 수석은 가족 회사를 이용한 탈세와 군 복무 아들이 간부 운전병으로 선발 받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혐의(직권 남용)로 조사받고 있다. 또 2011년 서울 강남역 인근의 처가 소유의 부동산을 넥슨이 1326억원으로 구입할 때 개입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검찰은 이들 혐의 대부분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 게이트와도 연관돼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지만, 검찰은 “이번 조사는 최순실씨 사건과 상관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