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줘영’에서 ‘갓주영’… 박주영, 굴곡의 축구인생 끝낸 극장골

입력 2016-11-06 21:27 수정 2016-11-06 21:34
사진=뉴시스

박주영(31‧FC서울). 굴곡이 많았다. 2012 런던올림픽 3·4위전에서 한국축구 사상 첫 번째 동메달을 일군 결승골의 주인공이지만,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부진한 경기력으로 뭇매도 맞았다. 엄지를 치켜세운 장면 하나만으로 실속 없이 동료를 격려만 하는 ‘따봉맨’이라는 조롱도 받았다.

 청소년 축구대표팀 시절에는 ‘축구천재’라는 말도 들었다. 2005년 FC서울에서 프로로 입문할 때까지만 해도 한국 스트라이커의 계보를 이을 기대주였다. 실제로 그랬다. 박주영은 2010년 전후 한국의 최전방을 책임진 공격수였다. 2008년 프랑스 AS모나코, 2011년 잉글랜드 아스날 등 유럽 명문구단으로 진출해 전성기가 찾아오는 듯 했다.

 하지만 주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임대와 방출을 반복한 저니맨 신세였다. 스페인과 중동을 오가는 동안 축구대표팀에서도 그의 자리는 사라졌다. ‘벤치맨’ ‘밥줘영’이라는 조롱과 핀잔이 쏟아졌다. 박주영이 이곳저곳을 돌고 돌아 다시 찾아간 곳은 자신을 키운 친정 서울이었다. 그리고 복귀 두 시즌 만에 우승의 주역이 됐다.

 박주영은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마지막 38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후반 13분 결승골을 터뜨렸다. 후반 13분 오른쪽 페널티박스 안으로 쇄도하는 과정에서 반대편으로부터 넘어온 동료 미드필더 윤일록(24)의 스루패스를 오른발로 때려 전북의 골망을 흔들었다.

 서울은 최종전적 21승7무10패(승점 70)로 우승했다. 앞서 37라운드까지 전북과 같은 승점(67점)으로 평행선을 그렸지만 골 득실차에서 밀린 2위였다. 사실상 결승전이 된 최종전에서 승리해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주인공은 단연 결승골을 터뜨린 박주영이었다.

 박주영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파격을 시도했다. SNS를 시작했다. 지난 2월 2일 오후 1시쯤 인스타그램에 두 장의 사진이 시작이었다. 처음 올린 사진에 등장한 사람은 최종전에서 결승골을 어시스트한 윤일록이었다. 당시 박주영은 커피숍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올리고 “구리 재활조 오늘도 열심히 하자”고 적었다. 그리고 두 선수는 우승을 확정한 결승골을 합작했다.


 박주영은 지난해까지 언론과 접촉을 피했다. 축구팬을 직접 만난 사례도 극히 드물었다. 구단에 떠밀려, 감독이 시켜 팬들을 만난 적은 있지만 적극적인 태도는 아니었다. 인터넷기사와 커뮤니티사이트엔 유독 악성 댓글이 많았지만 박주영에겐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박주영의 변신이 축구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유는 그래서였다.

 리그 10골(1어시스트). 그 마지막 골로 생애 첫 리그 우승 타이틀을 직접 수확했다. 박주영은 경기를 마치고 “(골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큰 경기에서 골을 넣었다는 점에서 감사하다. 만감이 교차한다”며 “이렇게 우승하니 얼떨떨하다. 이제부터 우승의 기분을 만끽하겠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