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여러분은 어디에 계셨나요. 혹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계시진 않았나요. 주말 내내 인터넷과 SNS에는 광화문 광장에 나왔다는 인증 사진과 영상이 쏟아졌습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가 열렸습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일대에는 20만 명의 성난 시민들이 모여(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4만5000명) ‘주권을 쥔 국민의 정당한 발언권’ 행사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기존 시위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민심은 그 어느 때보다 흉흉했지만 평화롭고 차분했죠. 두 손에 촛불을 든 시민들은 산책하듯 거리를 행진했습니다. 고성을 지르며 경찰과 충돌했던 시위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대신 눈에 띄는 피켓들이 많았죠.
특히 교복 차림의 여고생이 화제였는데요.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흔한 개념 여고생’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와 네티즌들의 호응을 받았습니다. 사진에는 한 여고생이 손 글씨로 쓴 대자보를 들고 있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대자보에는 “구조를 하라니까 구경을 하고, 보도를 하라니까 오보를 하고, 조사를 하라니까 조작을 하고, 조문을 하라니까 연기를 하고, 사과를 하라니까 대본을 읽고, 책임을 지라니까 남 탓을 하니 하지를 않으려면 하야를 해라”라고 적혀있죠.
또 다른 화제의 피켓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를 패러디한 건데요. 피켓에는 “내가 고작 이런 나라 국민하려고 태어났나 자괴감이 들어”라고 쓰여 있습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