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피해자 코스프레?… 순실은 왜 그랬을까

입력 2016-11-07 00:03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된 ‘비선실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는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청사 엘리베이터 안에서 취재진이 재차 묻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며 용서를 구했다. ‘신경쇠약’에 시달려 귀국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했던 그였다. 그동안 언론의 추적 끝에 드러난 ‘횡포’ ‘갑질’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그러나 최씨는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태도를 바꿨다. 구속 전 피의자신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눈물을 보이며 호소를 했지만, 혐의는 부인했다고 한다.

‘죽을 죄’를 지었다고 하면서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부인하는 등 묘하게 엇갈리는 그의 말과 행동, 눈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공황장애? 성격장애?

최씨의 행동만 놓고 보면 일종의 ‘공황장애’로 보인다. 서울 한 대형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A씨는 “최씨는 상황에 대한 반응이나 판단이 빠르지만 큰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간헐적으로 불안을 경험한 환자로, 귀국 전에도 입원하려다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의학계에 알려져 있다”고 6일 밝혔다.

다만 A교수는 “약물 치료를 받았다면 대화능력, 인지기능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검찰 조사 등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가 증상을 과장하면서 난처한 질문을 피하고 본인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이끌어가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안동현 한양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폐쇄된 공간이나 많은 사람이 밀집된 장소, 즉 검찰 포토라인에서나 조사실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씨의 행동을 ‘성격장애’로 풀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포토라인 앞 행동은 일시적 감정표현이자 일종의 제스처”라며 “원천적으로 양심의 가책을 쉽게 못 느끼는 안하무인 유형의 성격장애 B군에 해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딸 정유라(20)씨의 지도교수에게 막말을 퍼붓는 등 평소에 드러난 언행이 근거다.

성격장애 B군은 ‘반사회적 성격장애’로도 불린다. 주변 통찰과 공감능력이 부족해 본인에게 득이 되면 삼키고 해가 되면 뱉는 유형이다. 이 교수는 “최씨는 특수한 환경에서 오랫동안 갑으로 살면서 도덕성이 취약해지고 사회적 규범은 내재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죽을 죄를 지었다는 말도 본인 이득을 위해 그 순간 필요한 얘기를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성훈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감정 기복이 심한 히스테리적 성격’이라고 봤다. 조 교수는 “히스테리적 성격은 자아(自我) 최면적 성향이 강해 본인 행동을 정당화하고, 잘못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는 핑계를 계속 만들어낸다”며 “자신에게 불리한 수사 결과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동정심 유발 ‘피해자 코스프레’?

전문가들은 최씨가 스스로를 피해자로 여기고 동정심을 유발하는 ‘피해자 코스프레(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를 하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기선완 가톨릭관동대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씨는 ‘불쌍한 박 대통령을 도운 것뿐’이라고 믿으며 앞으로도 모든 행동을 주변인들에게 투사해 책임을 전가하고 자기 잘못을 부정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진술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박 대통령 대국민 담화에 눈물을 보인 배경에도 이런 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오랫동안 갑의 위치에 있던 사람들은 변신에 능하다”며 “최씨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했다. 오 교수는 “이 순간만 모면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나는 박 대통령 요구로 애국한 것이다, 잘못이 없다’며 스스로 합리화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 교수는 안경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호송버스 안에서 무릎에 고개를 파묻는 것에 대해서도 “타조가 위험으로부터 도망칠 때 몸을 드러내고 얼굴만 깃털에 파묻 듯 ‘자기만의 안도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수민 오주환 기자,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