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피고발인 신분입니다. 민정수석에서 물러난 지 1주일만에 검찰에 소환됐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청사 현관 바닥에 노란 포토라인이 보입니다. 법무부 수사공보준칙에 따르면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가 소환될 때는 몇가지 조건을 거쳐 촬영을 허용합니다. 포토라인이 준비되는 것이죠. 청와대 수석비서관은 차관급이니까 우 전 수석도 노란 삼각형 안에 섰습니다.
검찰이 우 전 수석을 소환할 때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과 횡령입니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지난 8월 감찰을 마치면서 의경인 우 전 수석 아들의 ‘꽃 보직’ 전출과 가족기업 ㈜정강에서 회계를 무시하고 돈을 임의로 꺼내 사용한 혐의로 대검에 수사의뢰했습니다.
일단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와는 관계없는 일로 부른 것이죠. 그래서 피의자가 아니라 피고발인 신분입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정신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험악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국정감사 중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분위기가 왜 이렇냐고요? 바로 우 전 수석 때문입니다.
우 전 수석은 국회에 ‘불출석 사유서’라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국정감사에 안 나가겠다는 내용입니다. 비서실장이 국회에 가서 국정현안에 신속히 대응할 사람이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는 이렇게 진행됐죠. 당시 이원종 비서실장,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김재원 정무수석이 모두 회의에 참석했지만 우 전 수석은 없었습니다.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 이틀 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 모습입니다. 구속된 안 전 수석과 우 전 수석이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사진에 담겼네요. 맨 왼쪽은 현대원 미래전략수석입니다.
지난 2월 수석비서관회의를 찍은 사진입니다. 우 전 수석과 안 전 수석이 무엇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2015년 3월 16일 사진입니다. 민정수석으로 임명돼 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을 때의 모습이죠. 2014년 5월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지 8개월 만입니다. 그는 민정수석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비서실장에게 직보해 ‘리틀 김기춘’이라고 불렸습니다. 갑자기 ‘문고리 3인방’ 급 청와대 권력의 핵심이 된 거죠.
우 전 수석은 대한민국 엘리트가 모인 검찰 안에서도 엘리트로 꼽혔습니다. 대학 재학 중 사법고시에 합격하는 ‘소년급제’를 이뤘고, 검사 임관 때 성적은 차석이었죠. 첫 근무지는 서울중앙지검. 일찌감치 특수통 검사로 자리를 굳혔습니다.
검사가 성공하려면 피의자를 잘 만나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공안검사에게 유명한 말이지만 특수검사도 예외는 아닙니다. 우 전 수석은 대검 중수1과장으로 일하던 2009년 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검 11층 특별조사실에서 직접 조사했습니다. 이후 좀처럼 헤어나기 어려운 속박이 그에게 씌워졌죠. 2012년과 2013년 연거푸 검사장 승진에 실패한 그는 검사복을 벗었습니다.
우 전 수석은 이제 어디로 갈까요.
고승욱 기자 swk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