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다. 루터의 개혁은 교회의 개혁에 머물지 않고 잠들었던 중세사회를 깨우며 거대한 사회개혁의 시동을 걸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한국교회의 개혁과 본질 회복, 자성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교회의 변화의 갈망이 뜨거운 가운데 독일 출신의 말테 리노(한국명 이말테) 루터대 실천신학과 교수를 만나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한층 더 성숙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해법이 무엇인지 물었다. 리노 교수는 독일에 유학 중이던 아내(한정애 협성대 신학과 교수)의 모국을 이해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가 정착해 24년째 한국 교회를 지켜봤다.
1일 CBS ‘성서학당’ 녹화장에서 만난 말테 리노 교수는 “한국 교인들은 신앙생활에 아주 열심이다”며 “독일 교인보다 훨씬 열심이다. 열심히 교회 다니고 열심히 성경책 보고 전도도 기도도 열심히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열심히 기도하여 말하면 하나님이 기도자에게 말씀하고 싶은 것을 듣기가 어렵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이제는 한국 성도들이 기복사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한국인들은 대다수가 아주 가난했다”며 “하나님은 가난한 사람을 도우시고 필요를 채우신다. 근데 지금 한국은 물질적으로 많은 축복을 받았다. 돈도 많이 벌고 잘 사는데도 여전히 외적인 축복을 원한다. 그걸 하나님이 계속 원하실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하나님의 창조의 질서를 파괴할 정도로 산업화와 성장주의에 빠져있다”며 “지구가 제공할 수 있는 이상의 자원을 쓰고 있다. 15년 후가 되면 자원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지구가 두 개 필요하다고 한다. 지구는 회복되지 못하고 있고 우리는 물질주의에 빠져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여기에 뇌물, 폭력, 비리 등 파괴된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기복사상으로 기도하지 말고 올바른 기도를 해야 한다고 했다. 해법은 ‘주기도문’이었다. “하나님은 이미 주기도문을 주셨고 그를 통해 어떻게 기도해야하는지 가르쳐주셨지만 그걸 지키지 않는다. 진짜 해야 할 기도는 그 안에 있다”고 전했다.
한국교회에 대해서는 양적 성장이 아닌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이 종교개혁 500주년인데 이는 한국 개신교에 주신 좋은 기회”라고.
“지금의 한국개신교회들 중에 종교기업같은 교회들이 많다. 우리는 종교개혁 시대의 교회의 본질을 회복해야합니다. 지금까지는 한국개신교회가 양적 성장에 집중했던 단계에 있었는데 이제는 질적인 성장에 집중하는 에큐메니칼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비슷한 생각을 가지는 사람들 끼리 만났는데 앞으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을 만나서 교류해야 해요. 교회의 본질을 어떻게 회복해야 하고 지금 이 시대에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많은 의견을 나눠야합니다. 그래야 그 본질을 발견할 수 있어요.”
한국교회 목사들이 ‘유교적 문화’에 갇혀 있는 것도 지적했다. “지금 현대는 무명사회입니다. 유교가 무너지고 있어요. 근데 교회와 목사들은 여전히 유교적인 질서를 좋아합니다. 너무 보수적이에요. 성경이 한국말로 번역된 것이라기보다 유교사상으로 번역돼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예수님의 사상은 모두가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자매인 평등한 관계에요. 근데 한국어 성경을 볼 때, 예수님의 사상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다 유교사상이에요. 윗사람에게 무조건적 순종, 그건 비기독교적입니다. 기독교는 모든 것이 평등한 관계입니다.”
돈, 성추문 등으로 지탄받는 한국교회가 회복되기 위한 실질적인 해법은 없을까. 그는 교회에서 기독교윤리를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제가 보기로는 교회가 기독교윤리를 가르치면 교회 내부적으로 뿐만 아니라 사회에 엄청난 기여를 할 수 있어요. 기독교윤리는 황금율에 따라 하는데, 각 개인이 나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은 것이 무엇인지 잘 판단하여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어 “기독교윤리가 한국사회를 살릴 수 있다”며 “지금 한국은 무법사회가 될 위험에 있다. 정치가들도 경제인들도 무법이다. 적신호등이 켜졌다. 기독교윤리를 교회에서 가르쳐야 한다. 그러면 사회가 다시 건강진다. 지탄받았던 한국교회가 다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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