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들은 “박근혜 퇴진”을 함께 외치며 피켓과 현수막을 흔들고 파도타기를 했다. 피켓과 현수막에는 ‘박근혜 퇴진’ ‘하야하라 박근혜'부터 ‘새누리도 공범이다’ ‘이게 나라냐’ 같은 구호가 크게 인쇄돼 있었다. 인파 속에서 한 젊은 남성이 치켜든 피켓에는 ‘박근혜는 최순실에게 하야를 윤허 받으라’는 글귀가 사인펜으로 적혀 있었다.
집회 참가자 중에는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과 어린 자녀를 데리고 나온 가족 단위 참가자가 적지 않았다. 학생들은 본 행사에 앞서 세종문회회관 앞에서 ‘박근혜 하야를 외치는 중고등학생들의 집회’를 열고 행진하기도 했다. 길을 가로막은 경찰 기동대 앞에서 학생들은 피켓을 들고 “박근혜 하야”를 외쳤다. 한 학생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 언제부터 꼭두각시가 되었나!!’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있었다.
오후 4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진행한 본 행사는 ‘박근혜 퇴진 국민 명령 선언'으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바로 우리가 모든 권력의 주인”이라며 “권력의 주인으로서 선언한다. 박근혜가 주범이다.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소리쳤다.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 공동대표 안드레 동국대 총학생회장은 “4·19 혁명 당시 대학생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반드시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찾을 것”이라고 했다.
거리 행진은 계획보다 40여분 늦어진 오후 5시47분쯤 시작됐다.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보신각, 종로3가, 을지로입구, 명동, 남대문, 서울시청을 거쳐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행진 중 방송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 나라를 다스릴 권위와 신뢰를 완전히 실추했다. 이제 대통령이 국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하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원내대표를 비롯한 정의당 지도부는 오후 7시5분쯤 종로3가 귀금속도매상가 인근 도로에서 흉기를 든 남성의 위협을 받았다. 이 남성은 정의당 당직자와 집회 참가자들에 제압돼 경찰에 남겨졌다. 다친 사람은 없었다.
앞서 오후 5시20분쯤 종로구 교보문고 앞에서는 집회에 참가한 여고생이 보수단체 ‘엄마부대’ 대표 주옥순(63)씨에게 폭행을 당했다. 주씨는 학생이 자신을 카메라로 촬영해 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와 행진에 모두 20만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경찰은 4만5000명으로 파악했다.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은 물론 양 옆 대로, 세종문화회관 계단과 뒤쪽 길목까지 가득 메웠고 나중엔 서울시청 일대와 종로1가까지 채웠다. 경찰은 220개 중대 약 2만명이 배치됐다. 청와대 방향 행진은 경찰버스 등으로 차단했다.
거리 행진 뒤에는 2부 행사로 광화문광장에서 여성, 문화예술인, 노동자, 청소년, 시민사회단체, 농민 등의 자유발언과 각종 공연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공식 행사가 끝난 뒤에도 광장에 남아 자유발언 등을 이어갔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