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대권주자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 총출동했다.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사망한 고 백남기 농민의 5일 영결식 자리에서다. 박근혜 대통령 하야 요구 촛불 집회와 맞물려 광화문 광장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이때 대권주자들은 기자들에게 지금의 정국과 농민 사망에 대해 짧은 소회를 남겼다. 워딩은 이렇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백남기 농민의 죽음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백남기 선생께 죄송스럽고 유족 분들께도 죄송스럽다”
“이 땅의 모든 농민들께 죄송스러운 심정”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국가 책임을 강조했다.
“무너진 헌법 정신과 무너진 정의를 새롭게 일으켜 세우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몸을 던지겠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할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앗아갔다”
“유가족들이 바라는 것처럼 반드시 진상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백남기 농민을 위한 조사도 낭독했다.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언급하는 가장 적극적인 발언이 박 시장으로부터 나왔다.
“주권자인 국민이 이 땅의 주인임을 확인하는 그런 승리를 이루겠다”
“우리가 불의한 권력의 정점에 선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기필코 이뤄내겠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지도자는 곤란하다고 했다.
“국가는 국민의 것”
“대한민국의 어떤 지도자라도 자신의 정치적 반대자를 적으로 돌리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면 전환의 어려움을 진단했다.
“하야나 탄핵이란 말을 가능한 아끼고 아꼈는데, 점점 불가피한 쪽으로 가는 게 아닌가”
“정권 퇴진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 국면이 더 어렵게 꼬인 것 같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페이스북에 심경을 토로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이미 대통령 궐위 상황”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능력도 도덕성도 권위도 상실했다”
“패륜집단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도록 내버려 둬선 안된다”
“이제는 대통령 탄핵이며 새누리당 해산 뿐”
한때 야권의 대선 주자였다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큰 표차로 패한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지금은 사실상 국민이 현직 대통령을 탄핵한 국면”
“정부 수립 이래 혁명이나 쿠데타가 아닌 상황에서 처음 맞닥뜨리는 장면이어서 낯설고 두려움이 있는 것 또한 사실”
“국회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그동안 박 대통령이 저지른 국정문란과 국기파괴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탄핵 논의와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