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는 선배님의 자리가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지난 4일 대통령 모교인 서울 용산구 성심여자고등학교 담벼락에 2장의 대자보가 붙었다. 성심여고 재학생들이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인 건 지난 2013년 12월 철도 파업 당시 '안녕들 하십니까' 이후 두 번째다.
'선배님, 성심의 교훈을 기억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에는 "뉴스마다 성심의 졸업생이신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이 보입니다. 그 뉴스들은 후배로서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뉴스였습니다.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어 선배님께 말씀드립니다"라며 대자보를 붙인 이유를 설명했다.
재학생들은 "2012년 대선 당시 슬로건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기억하시느냐"며 "4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국민들의 꿈이 이뤄지는 나라가 아닌 최순실의 꿈이 이뤄지는 나라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스스로의 노력이 아닌 부모의 능력과 돈으로 꿈이 실현되는 사회가 되었다"며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에 대한 특혜는 지금도 밤낮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65만명의 수험생들을 포함한 전국의 학생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주었다"고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재학생들은 이와 함께 성심여고 각 교훈의 의미를 담아 "박근혜 선배님께서는 성심의 자랑스러운 교훈, '진실' '정의' '사랑'을 잊고 계신다"며 현 시국을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선배님께서는 국민에게 진실을 숨기고 왜곡하고 계신다. 진실을 원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달라"며 "국민을 사랑으로 안을 자신이 없다면 그 자리는 선배님의 자리가 아니다. 사랑 없이 저지른 행동에 책임을 져 달라"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성심여고 8회 졸업생이다. 2012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성심여고를 방문해 후배들을 격려한 바 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