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4일 국회에서 6시간 넘게 이어진 ‘마라톤 의총’이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마무리 발언에서 이 대표는 “자리에 연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오히려 자리 내려오는 게 쉬운 결정일 것”이라면서도 “당의 위급한 상황임을 감안해 중진들과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도부 가운데 유일한 비주류로 분류되는 강석호 최고위원은 “이정현 대표가 물러나지 않으면 오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직을 내놓겠다”고 했다. 강 최고위원은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인적쇄신은 과감이 건의 했으니 그걸로 우리 역할 끝난 것으로 본다. 일단 지도부가 그만 두는 게 낫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제원 의원도 “최순실씨 관련 의혹이 계속될 때 새누리당이 국민의 눈을 가렸다고 얘기하는 마당에 어떻게 지도부가 사태를 수습할 수 있겠느냐”며 지도부 사퇴를 촉구했다. 당 대변인 직을 사임한 김현아 의원도 지도부의 사퇴를 촉구하며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친박계 김진태 의원은 “나는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대통령 나가라’, ‘당 대표 나가라’ 하지 않고 배와 함께 가라앉겠다”며 지도부를 옹호했다. 이완영 의원도 타이타닉호를 예로 들며 “물에 빠질수록 침착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어 “지도부 문제는 의원들 개개인 의견보다는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모여 이 대표와 담판을 지어달라”고 촉구했다.
의총에서 당 지도부에 대한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 원내대표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새 내각이 자리를 잡으면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날짜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인 다음달 2일을 전후해 사퇴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 원내대표는 아울러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추진하기 위해 야당과의 협상에 임한 뒤 상황이 정리되면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날 의원총회는 시작부터 공개 여부를 두고 고성과 막말이 오갔다. 이정현 대표와 정 원내대표의 모두 발언 이후 비공개 진행을 선언하자 김학용 김성태 이종구 의원 등은 “당헌에 따라 공개로 하라”며 강하게 요구했다. 정 원내대표가 “지금까지 (공개여부를) 원내대표가 정해오지 않았냐. 이것 갖고 싸울 것이냐. 뭘 물어보고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김성태 의원은 “누구한테 겁박하느냐. 정 원내대표는 사과하고 의사진행 똑바로 하시라. 어디서 독단적 행태를 일삼는가”라고 맞불을 놓았다. 고성이 오가는 과정에서 한 비주류 의원이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을 향해 “넌 그냥 앉아, 거지같은 ×끼야”라며 원색적인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정 원내대표가 “저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왔는데 사과 드린다”고 한 발짝 물러선 뒤에야 진정됐다.
김 의원은 의총장을 나와 “새누리당 지도부는 여전히 국민들에게 기만적인 쇼만 하고 있다”며 “준비된 각본대로 친박이 또 당 지도부와 박 대통령, 최순실 일가를 비호하는 데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