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화의 멘탈디톡] 부부갈등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최면 부부상담 클리닉

입력 2016-11-04 11:40
사진출처: Victoria 1 / Shutterstock

“한때 좋았던 때도 있었는데, 어쩌다 우리 부부가 이렇게까지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말만 꺼내면 언성이 높아지고 원수처럼 싸우게 됩니다.” 부부상담 클리닉에 와서 사연을 털어놓기 시작한 남편의 목소리는 꾹꾹 눌러왔던 감정이 비집고 나오듯 날카로웠다.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고 집구석에 들어오면 집안 청소는 안 되어 있지, 마누라라고 누워서 스마트폰이나 드라마만 쳐다봅니다. 꼴도 보기 싫지만 꾹 참고 ‘밥 안줘?’ 한마디 꺼내면 와이프는 득달 같이 짜증을 내면서 쏘아댑니다. 남편이 배고파 밥 달라는데 뭐가 잘못입니까? 밥 달라고 한마디 했다고 걷잡을 수 없이 싸움이 커지는데 매번 똑같아요. 지겨워 죽겠어요.”

노래방에 가면 늘 같은 레파토리의 노래를 부르곤 하는 것처럼 부부싸움에도 같은 패턴의 싸움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부부 당사자들은 반복되는 레파토리에 익숙한 듯, “또 시작이네” “지겹다” 등의 말들을 많이 하곤 한다. 소용돌이처럼 한 가정을 빨아 삼키듯 반복되는 부부싸움. 한때 사랑으로 어려움을 이겨내며 가족을 일궈온 부부에게 대체 왜 이런 싸움과 갈등이 반복되는 것일까?

부부갈등과 싸움이 일어나는 이유에는 별처럼 많은 사연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반복되는 부부싸움과 갈등의 이면에는 핵심감정이라고 부르는 상처받은 어린시절의 감정이 자리한 경우들이 많다. 핵심감정이란 한 개인에게 일어나는 가장 중심이 되는 감정인데, 주로는 무의식에 뿌리를 둔 과거의 미해결된 감정을 말한다.

핵심감정이 ‘무시당함’인 사람은 별일 아닌 배우자의 말과 행동에도 자신을 무시한다고 받아들여 화를 버럭 내게 되고, ‘서운함’이 핵심감정인 사람은 배우자가 조금이라도 자신의 기대대로 해주지 않으면 서운한 마음에 화가 나서 상대를 비난하거나 다른 집과 비교를 해대면서 부부싸움으로 번지곤 한다. 일단 핵심감정이 건드려지고 활성화되면 이성적인 뇌 영역은 거의 마비가 되다시피 하고 감정 뇌의 지배를 받게 되서 지금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중요치 않게 된다.

사실 이런 순간에는 현재의 배우자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감정적 상처를 상대로 싸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남편이 술을 마시고 들어올 때마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왠지 어려서 술 먹고 들어와 행패를 부렸던 친정아빠처럼 느껴져서 남편을 쏘아붙이게 되고 싸움이 커진다는 부부가 있었다. 핵심감정이 촉발될 때의 싸움의 대상은 어쩌면 배우자가 아닌 과거에 상처를 주었던 누군가거나 혹은 예전에 상처 주었던 과거속의 배우자와 싸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싸우고 있는 현재의 배우자는 엑스트라가 되고, 싸움의 주인공은 과거의 감정적 상처가 된다. 그런데, 이런 핵심감정은 개인이 알아채기도, 의식적인 노력으로 변화를 주기도 쉽지가 않다.

‘밥 안줘?’로 싸움이 시작됐다는 이 부부의 경우 남편의 핵심감정을 다루기 위해 최면 중 내면여행을 진행해 보니, 남편의 마음은 태어 난지 몇 달 되지 않는 갓난아기 때의 어느 순간에 도착해 있었다. “배가 고픈데 아무리 울어도 젖을 안줘요. 아무도 날 신경 써 주지 않는 것 같아요!” 마치 갓난아이가 되어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고통과 배고픔을 경험하는 듯 그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

최면 중에 밝혀진 원인은 이랬다. 부모님이 부부싸움을 했는지 집안은 난장판이었고, 배도 고프고 불안해서 우는데, 엄마는 젖을 주지도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고 혼이 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벽만 쳐다보고 있었단다. 아무리 울어도 소용이 없자 아무도 자신을 신경 써 주지 않는다는 버림받고 방치된 것 같은 고통스러운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남편은 갓난아기 때 겪었던 기분이 부인과 싸울 때마다 경험하는 감정과 거의 같다고 보고했다. “일 끝나고 집에 와서 배는 고픈데 집안은 어질러져 있지, 와이프는 밥줄 생각 안하고 TV만 쳐다보고 있지. 정말이지 꼭지가 돌아버리는데, 최면 중 갓난아기 때 느꼈던 기분하고 거의 비슷한 거 같아요. 밥을 제때 안 챙겨 주거나 와이프가 조금이라도 나에게 신경을 덜 쓰는 것 같으면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이제 알 것 같아요.”

핵심감정의 원인을 해결하고 감정적 취약성을 튼튼하게 한 후에 가진 부부상담 클리닉 세션에서 남편의 목소리 톤은 한결 가라앉아 있었다. “이제 배가 고프거나 와이프가 신경을 덜 써 주더라도 예전처럼 화가 나고 그러지는 않는 것 같아요. 화가 덜 나서 그런지 밥 달라고 말해도 아내도 편하게 대꾸해 주는 것 같고요. 그간에 왜 그렇게 아내에게 예민하게 굴었었나 싶기도 해요.” ‘방치됨’에 대한 남편의 핵심감정을 해결한 후, 이 부부는 한결 대화가 편해졌음을 보고했다.

감정이 풀리면 닫혔던 마음의 빗장이 열리고, 마음이 열리면 비로소 마음을 전하는 소통이 시작될 수 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게 화를 내며 소리를 질러대는 배우자의 고함소리가 어쩌면, 이렇게까지 아픈 감정을 감싸고 달래 달라는 상처받은 내면 아이의 울음소리 일지도 모른다.

최면심리상담가 ·체인지 심리 최면 상담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