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 2년∼순실 4년” 염소의 저주 끝, 순실 4년의 저주 시작

입력 2016-11-04 00:05
트위터 캡처

시카고 컵스가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거두자 온라인에서 ‘최순실 게이트’ 관련 풍자 게시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컵스는 3일 미국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2016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연장 10회말 접전 끝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8대 7로 꺾고 최정상에 등극했다. 컵스는 이전까지 무려 108년 동안이나 무관에 그쳐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오랫동안 우승을 하지 못한 팀이었다. 한때 시리즈 전적 1승 3패까지 뒤졌으나, 이를 모두 뒤집고 시리즈 역전 우승을 거뒀다.

그동안 컵스는 ‘염소의 저주’ 때문에 월드시리즈 우승과 연이 닿지 않았다. 1945년 컵스의 홈구장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4차전에 염소를 데리고 들어온 관객을 내쫓으면서 생긴 저주다. 당시 염소를 데리고 온 관객은 “앞으로 컵스는 월드시리즈에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저주를 퍼붓고 떠났다.

신기하게도 컵스는 이날 이후 월드시리즈에 오르지 못했다. 월드시리즈에 오르지 못하니 우승할 기회도 없었다. 마지막 우승 연도는 1908년이었다.

1908년은 대한제국 순종 2년 때다. 다수의 국내 누리꾼들은 “순종 2년부터 시작된 컵스의 염소의 저주가 순실 4년에 끝났다”고 입을 모았다.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풍자한 게시물도 SNS에 등장했다.

‘순실 4년’이란 박 대통령이 취임한 2013년 이후 현재까지의 기간을 뜻한다.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이 재임 중인 지난 4년 동안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요즘 떠도는 ‘최순실 공화국’이라는 단어와 비슷한 의미의 풍자다.

한편 클리블랜드는 1951년부터 이어진 ‘와후 추장의 저주’를 깨지 못했다. 클리블랜드의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 연도는 1948년이다. 68년간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누리꾼들은 클리블랜드가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에 실패한 것을 두고 ‘순실 4년의 저주’라고 이름을 붙였다. 클리블랜드가 ‘순실 4년’ 때 시리즈 4차전까지 전적 3승 1패로 앞섰는데도 코앞에 둔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의 새로운 저주다. ‘순실 5년’ 때는 클리블랜드는 저주에서 탈피할 수 있을까.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