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연결고리’ 박근혜 대통령, 공소장에 적시될까

입력 2016-11-03 17:28 수정 2016-11-03 18:52
“청와대에 실세는 없다. (내가 키우는) 진돗개가 실세라는 얘기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12월 정윤회(61)씨 국정개입 의혹이 불거졌을 때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오찬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2년이 채 되지 않아 청와대를 드나들며 국정을 주물러온 최순실(60)씨와 그의 사익(私益)을 지원한 ‘왕수석’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모두 수감됐다. 검찰이 수사하는 많은 의혹들이 종착지로 박근혜 대통령을 가리키는 양상이다. 검찰이 최씨와 안 전 수석을 재판에 넘길 때 공소장에 ‘공소 외 박근혜 대통령’을 적시하는 것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최씨와 안 전 수석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의 공범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기획하고, 안 전 수석이 774억원 ‘강제 모금’을 실행했다는 게 기본적인 범행 밑그림이다.

그러나 최씨와 안 전 수석이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모의한 증거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도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의사를 주고받는 ‘메신저’가 존재해야 범죄사실이 완결성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양쪽의 연결 지점은 박 대통령이다. 최씨가 청와대 고위관료를 움직이기 위해 부탁할 수 있는 대상도, 안 전 수석에게 최씨 지원을 지시할 수 있는 인사도 박 대통령이다. 결국 박 대통령을 빼고는 최씨와 안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와 범행 동기를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다. 안 전 수석도 검찰 조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은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문제는 현직 대통령에게 ‘불소추(不訴追) 특권’이란 헌법 84조의 보호막이 있다는 점이다. 수사는 기소·불기소 등의 처분을 전제로 한 것인데, 대통령의 경우 기소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수사 역시 불가능하다는 게 그간 검찰의 입장이었다. 검찰이 어떤 방식으로든 현직 대통령을 수사한 전례도 없다. 청와대 경내로 진입해 간접적으로나마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한 것도 이번 최씨 관련 수사가 첫 사례다.

수사 필요성과 대통령 조사를 요구하는 여론을 앞에 두고 검찰은 고심 중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지금은 최씨와 안 전 수석 등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대통령 조사 여부는) 아직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 ‘수사 건의’ 발언과 관련해 “(대통령) 조사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여지를 남겼다.

검찰은 현재 최씨를 매개로 박 대통령과 연결된 인사들의 비리를 전방위로 훑으면서, 사실상 ‘대통령은 제외한 대통령 수사’를 진행하는 상황이다. 축적한 증거 자료와 진술 등은 당장 조사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박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 수사를 재개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직 대통령 수사 내지 조사는 법리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라며 “현실적으로 박 대통령이 스스로 ‘수사를 받겠다’고 명확히 선언한 뒤에야 검찰이 부담을 털고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호일 황인호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