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독립운동기념일(학생의 날)인 3일 오후 4시20분쯤 서울 중구 동국대 팔정도 앞. 빨강, 파랑, 노랑, 검정, 흰색 등 ‘오방낭’을 상징하는 풍선 400여개가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풍선에는 ‘박근혜 사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동국대 총학생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기 위해 준비한 문화제 ‘오두방정 대한민국, 비선실세의 오방낭을 날려버리자’ 행사였다. 정치외교학과 1학년 도승범(19)씨는 “세월호 사건, 백남기 농민 사망 등을 접하며 문제의식을 느끼긴 했지만 이번엔 정말 나라가 망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 직접 나섰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학생의 날을 맞아 이날 전국 곳곳에서 대학생들이 일제히 박근혜정권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학생의 날은 일제에 항거한 학생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의 기념일로 지정됐다.
한양대도 이날 오후 5시 총학생회 주도로 교수와 교직원, 동문들까지 함께하는 2차 시국선언 집회를 열었다. 학생들은 “박 대통령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최순실의 손을 거친 인형에 불과하다”며 “‘개헌논의’나 또 다른 무엇으로도 가리거나 반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들은 시국선언을 마치고 왕십리역 광장까지 행진한 뒤 오후 7시 서울 중구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리는 시민들의 촛불 집회에 합류했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7시간에 걸쳐 ‘비선실세 국정농단 규탄’ 행사를 진행했다. 낮 12시 시국토론회를 시작으로 백일장, 시국대회, 행진 등의 일정을 마련했다.
서울대도 이날 오후 4시 시국대회를 열어 1시간 30분간 학생들의 자유발언을 듣고 각종 공연을 준비했다. 그리고는 서울대에서 출발해 신림역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연세인 공동집회’를 열었다. 오후 5시쯤 학생들은 신촌 백양로삼거리에서 집결해 ‘연세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묻는다’ 공동선언문을 낭독했다.
홍익대 총학생회는 시민들과 함께 거리로 나섰다. 학생과 시민들은 오후 6시쯤 촛불을 들고 홍대 ‘걷고 싶은 거리’를 걸은 뒤 홍대입구역 8번 출구 근처에서 자유발언 시간을 가졌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20)씨의 입시 비리와 학점 특혜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이화여대도 동참했다. 교수와 재학생 및 졸업생들은 오후6시30분 이화여대 캠퍼스컴플렉스(ECC) 광장에서 모여 본교의 ‘권학유착’을 규탄했다.
이날 오후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김병준 교수가 총리직을 수락하자 국민대 학생들은 반발했다. 이들은 성명을 내고 “박근혜정권을 사실상 적극적으로 인정한 김 교수에 대해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의 감정을 느낀다”고 비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부·대학원생들은 “2008년 박 대통령에게 수여한 KAIST 명예박사학위 수여를 철회하라”며 학교 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한국외대, 중앙대, 국민대, 고려대, 경기대, 성공회대도 학내에서 집회를 열고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규탄했다.
시민사회단체도 줄줄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위안부 관련 단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정대협은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이 한일·남북관계 등 주요 외교안보 영역까지 영향을 미쳤다”며 박 대통령이 물러날 것을 주장했다. 예비교사로 이루어진 전국교육대학생연합과 전국사범대학단, 사회복지사 1000인 등도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이가현 전수민 임주언 기자 hyun@kmib.co.kr
“나라 망할까 걱정” 전국 대학생들 ‘박근혜 하야’ 시위
입력 2016-11-03 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