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0)씨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차은택(47)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비자금 조성을 의심하고 차씨 일가족 명의의 최근 7~8년치 금융거래내역을 추적 중인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검찰은 현재 해외에 머무는 차씨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가 있다고 보고 그를 피의자로 분류했다. 검찰은 차씨와 관계된 아프리카픽쳐스, 엔박스에디트,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 머큐리포스트 등 4곳의 법인계좌도 추적 중이다.
검찰은 차씨가 직접 경영했거나 가족·측근을 통해 경영에 관여한 이 법인들이 ‘비선실세’ 최씨의 비호 아래 정부와 공공기관, 대기업 등으로부터 석연찮게 일감을 수주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여기서 나온 수익이 ‘눈먼 돈’처럼 차씨의 가족 계좌로 흘러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앞서 압수수색이 이뤄진 아프리카픽쳐스는 KT의 광고와 금융위원회의 캠페인 제작을, 엔박스에디트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늘품체조 동영상 제작을 담당했었다.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과 머큐리포스트도 각각 대통령 행사,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일감을 따내 의혹에 휩싸였다.
검찰이 전 금융권에서 추적 중인 차씨 일가족의 금융거래 기간은 2009년부터의 장기간으로 파악됐다. 차씨의 모친 김모(70)씨와 부인 오모(47)씨의 경우 차씨 관련 법인들에서 임원으로 재직한 경력이 있다. 검찰은 이들 개인·법인의 입출금과 거래 상대방 계좌 정보는 물론 수표 발행, 외환 거래, 대여금고 내역까지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특히 머큐리포스트가 비자금 조성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머큐리포스트는 차씨의 ‘대부’로 통하는 송성각(58)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2008년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법인이다. 엔박스에디트는 이곳과 법인등기상 주소가 같아 페이퍼컴퍼니 논란이 있었다. 차씨가 송씨를 문체부 장관에 앉히려 했다는 의혹도 거셌다. 차씨는 변호인을 통해 검찰에 조만간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지호일 노용택 이경원 기자 blue51@kmib.co.kr
정부·대기업 물량 싹쓸이한 돈 ‘車의 금고‘로
검찰이 차은택(47)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일가·법인들의 계좌를 추적하기 위해 차씨에게 적용한 죄명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인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이는 차씨가 자신의 광고·영상물 제작업체들을 동원해 얻은 수익을 은닉했거나, 가족 명의의 계좌로 흘려보낸 정황이 어느 정도 포착됐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검찰은 차씨가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 창조경제추진단장 등의 지위를 활용해 얻은 이권이 적지 않다고 본다. 정부와 공공기관, 대기업들의 일감 제공에 문제는 없었는지, 최순실(60)씨의 역할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다각도의 수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은 이미 차씨의 관련 법인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상태다.
‘문화계 황태자’라는 별칭을 방증하듯 차씨의 관련 법인들은 정부의 일감을 다수 수주했다. 엔박스에디트의 경우 2014년 11월 26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직접 찾았던 ‘문화가 있는 날’ 행사에서 일부 영상제작을 수행했다. 문체부가 수의계약으로 행사대행을 맡긴 B사는 이날 늘품체조 동영상 제작 부분을 엔박스에디트에 재하청했다. 10분 남짓한 분량의 동영상 촬영을 위해 7775만원이었던 제작 예산은 8872만원까지 늘어났다는 의혹이 국회에서 제기돼 있다.
이날 실제 야외 촬영을 진행한 업체는 엔박스에디트가 아니라 아프리카픽쳐스로 알려졌다. 아프리카픽쳐스는 차씨가 오래도록 대표이사로 재직했고 해외 체류 중인 현재도 업무지시를 내리고 있는 영상물 제작업체다. 지난해 11월에는 금융위원회로부터 1억3000만원의 캠페인 제작을 의뢰받아 논란이 됐다. 정치권에서는 당시 문체부 파견 직원이 아프리카픽쳐스를 추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인 측근 김성현(43)씨가 임원으로 있는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이하 플레이그라운드) 역시 뒷말이 많았다. 플레이그라운드는 지난 5월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당시 문화교류 행사의 연출 작업을 담당하고 국고보조금으로 11억여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레이그라운드는 아프리카픽쳐스와 함께 KT, 현대차 등 국내 유수 대기업들의 광고를 수주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설립된 신생업체임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성과로 차씨의 영향력이나 미르재단의 입김 의혹을 키운 요인이 됐다.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해서도 수주 특혜 의혹이 제기된 영화·광고영상물 제작업체 머큐리포스트는 검찰이 차씨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저수지’ 역할을 의심하고 있는 법인이다. 차씨는 머큐리포스트의 법인등기에 이름을 보이지 않지만 연결고리가 많다. 차씨의 모친 김모(70)씨가 사내이사로 재직했던 엔박스에디트는 머큐리포스트와 논현동 본점 주소가 같다.
광고업계에 따르면 머큐리포스트에서 대표이사를 지냈던 송성각(58)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차씨의 ‘은인’ ‘대부’로 불린다. 차씨는 송 전 원장과 2005년쯤 광고 수주로 인연을 맺었고, 이후 송 전 원장에 대한 고마움으로 정부 인사에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전해진다. 검찰은 제2금융권을 포함해 머큐리포스트의 금융거래내역 일체를 모으는 한편 지난 2일 전남 나주시의 한국콘텐츠진흥원, 송 전 원장의 서울 역삼동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머큐리포스트 명의 계좌의 해지내역까지도 추적 중이다.
황인호 양민철 신훈 기자 inhovator@kmib.co.kr
[단독] 검찰, 차은택 일가족 전 금융계좌 압수수색
입력 2016-11-03 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