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목회자의 성범죄 문제가 잇달아 보도되면서 가해자의 처벌 강화 및 피해자를 위한 지원체계 등 근본적 해결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계 여성단체 등에서는 교회가 성범죄 치리에 있어 가장 뒤쳐지는 공동체가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범죄에 관한 한 교회는 치외법권 지대가 아닙니다. 교회 내 성범죄가 발생하면 가해자에 게 철저한 회개를 촉구하고 법적 처벌도 해야 합니다.”
김은혜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2일 한국교회여성연합회(회장 김가은 장로)가 서울 종로구 김상옥로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개최한 ‘한국교회, 성 윤리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우리 시대의 바람직한 성윤리’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김 교수는 “교회가 성폭력을 바르게 인식하거나 해결하지 못하고 은폐, 축소, 침묵함으로써 2차, 3차의 연속적 피해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범죄를 저지르는 목회자의 경우 성도들에 대한 위계관계와 영향력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김 교수는 “목회자가 영혼을 돌보도록 위임받은 직위의 권위를 오용함으로써 반복적이고 은밀한 성폭력이 발생한다”며 “피해자는 교회 내에서의 목회자의 지위, 사회적 편견 등으로 성범죄 피해자라를 사실을 쉽게 밝히지 못한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경우 목회자를 추종하는 성도들에게 목회자를 음해하는 마귀로 지탄받기도 한다.
김 교수는 목회자도 스스로 유혹에 빠질 수 있는 존재임을 인식하고 교회의 다양한 인간관계에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홀로 심방을 하거나 밀폐된 공간에서 상담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또 목회자 이전에 한 아내의 남편으로서 배우자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부부관계를 통해 성적인 욕구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 혹은 욕구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는지 살펴보고, 성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의논하고 처리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교회와 교단 등에서 성폭력 범죄를 엄정하게 처벌하는 규정을 만들고 가해자를 처벌, 상담, 치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성행위에 대한 내용을 처벌대상으로 규정한 교단은 기독교대한감리회와 예수교대한성결교회 뿐이다. 두 교단의 법 내용도 강제로 행하는 성범죄보다 혼인 외 성관계와 동성애를 주된 대상으로 하고 있다.
김 교수는 또 교회와 신학교에서 성윤리․성평등 교육을 실시하고 성폭력 피해자의 치유와 보호를 위한 시설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교회의 가르침이 여성에게 자아존엄성과 자기부인, 자기교만과 자기 비하를 구분하지 못하고 남성 중심적 성직의 권위를 일방적으로 가르칠 때 여성은 늘 희생자의 자리에 머물게 된다”며 “피해자에게 영적 위로뿐 아니라 실질적인 치료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한국염 목사는 교회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선 여성의 눈으로 신학을 이해하는 여성신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목사는 “목사를 하나님의 자리에 앉혀놓고 목사의 말이면 어떤 말이든 교인들로 하여금 따르게 하는 한국교회의 계급구조가 문제”라면서 “가부장적으로 해석된 성서를 평등의 시각에서 읽어야 하고 성서가 성폭력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삼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목사는 “성폭력을 근절시키려면 성폭력에 대한 징계의 내용을 법으로 정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특히 목회자가 물리적 강제 혹은 정서적 억압 등으로 여 성도를 성폭행했을 때 성직에서 떠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폭력 피해자와 연대하고 성폭력 없는 세상을 위해 나설 때 한국교회에서 성폭력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