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여 있던 최순실 씨의 아버지 최태민 씨의 과거 행적이 드러났다. 최태민 씨가1975년 당시 박근혜 영애에게 접근하기 이전 행적이다.
중앙일보는 3일 신흥종교 이단문제 전문가인 탁명환 소장이 생전 최씨를 만난 뒤 남긴 기록을 전했다. 최태민 씨는 생전 여러 개의 이름을 썼는데 1973년에는 ‘원자경’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고 한다.
신흥종교 문제를 파고들던 탁 소장은 광고를 보고 대전 보문산 골짜기에 있던 최씨의 감나무집을 직접 찾아갔다. 거기서 문제의 칙사님인 원자경 씨를 처음으로 만났다고 기록했다.
다음은 탁소장이 밝힌 감나무집 풍경이다.
감나무집 벽에는 둥근 원이 색색으로 그려져 있었고 원자경은 그걸 응시하며 ‘나무자비 조화불’ 이라는 주문을 계속 외우면 만병통치는 물론이고 도통의 경지에 이른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당시 광고를 보고 찾아온 이들이 수십명이었는데 신흥종교 교주도 있고 무속인들도 있었다. 그들은 모여서 원자경의 ‘영세계(최태민이 창안한 사이비 교리)’ 원리를 청강했다
탁소장은 원자경이 무당을 상대하는 광경을 보고 ‘한 가지 특이한 일’ 이라며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잡신을 섬기는 무당이 원 교주 앞에서는 꼼짝도 못하고 벌벌 긴다는 사실이다. 처음 만난 무당도 그에게 절을 하고 그의 치료를 받으면 신기가 떨어져 무당업을 폐업하고야 만다는 사실이다.
탁 소장은 “그에게 소위 영력(靈力)이 어느정도 있는게 사실”이라고 했지만 기독교 성령의 역사와는 다르며 일종의 ‘대무당’으로 봐야한다고 전했다.
1974년 탁 소장은 원자경과 몇차례 더 만난 뒤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이듬해 원자경은 최태민이라는 이름으로 ‘대한구국십자군’ 총재가 돼 있었다.
탁 소장은 당시 최태민의 모습을 이렇게 전했다.
대전에서 보던, 이대 앞에서 만났던 초라한 원자경 교주가 아니었다. 위풍당당하고, 야무진 모습으로 뭔가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고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최태민은 “지금은 박 대통령의 영애 근혜양과 함께 일한다. 청와대를 무단출입한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타고 온 지프차도 근혜양의 것이라고 했다.
최태민은 목사 직함을 쓰고 있었는데 중앙일보는 당시 10만원만 내면 목사 안수를 받기도 하던 시절이었다고 전했다. 탁소장은 최태민이 자신에게 목사 안수를 해준 인사가 경찰에 구속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당시 최태민의 세도는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막강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