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던 중 ‘혼외자 의혹’이 불거지면서 자리에서 물러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3년 2개월 만에 심경을 밝혔다.
채 전 총장은 2일 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 119회 녹화장에서 ‘눈치도 없이 법대로 하다가 잘렸나' 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인정. 눈치가 없어서…자기(박근혜 대통령)만 빼고 법대로였다"고 답했다.
2일 한겨레신문 보도를 중심으로 대화를 구성해봤다.
채 전 총장은 먼저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말했다.
채 "(댓글 수사 때는) 법대로 수사하라는 게 가이드라인이었다"
사회자 "워딩이 법대로 하라였나?"
채 "틀림없는 사실이다."
채 전 총장은 최재경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채 "(최재경 민정수석은) 수사능력이 탁월한 검사였다. 아주 훌륭한 검사다. 여러 가지 혈연, 학연, 또 검찰에서 맺어왔던 인간관계, 그런 인연들에서 과연 자유롭게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그리고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채 “그건 잘 될겁니다. (우병우 전 수석) 끈이 떨어졌으니까”
채 전 총장은 검찰이 권력의 입김에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로 인사권을 들었다.
사회자: “검찰이 왜 권력 말을 잘 듣나?”
채 “인사권이다. 말 잘들으면 승진시키고, 말 안들으면 물먹이고 그렇게 하다가 이번 정권 들어와서는 검찰총장까지 탈탈 털어서 몰아냈다. 그러면서 바짝 또 엎드리게 되고…또 검사들이 평범한 직장인으로 돌아갔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검찰을 하수인으로 만든 권력자들, 자기 욕심만 채우려고 권력에 빌붙은 일부 정치검사들…그러다가 이 지경까지 된 것 아닌가 싶다. 검찰의 책임이 크다. 이 정권 초기에 정의를 바로 세우지도 못하고 중도에 물러났던 저의 책임 또한 크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채 전 총장은 마지막으로 검찰을 믿어달라며 후배들에게 부탁의 말을 남겼다.
채 “검찰 후배들에게도 간절히 부탁합니다. 검사들에게 쥐어있는 칼자루는 법을 우습게 알고 지멋대로 날뛰는 바로 그런 놈들을 죽이라고 국민들께서 빌려주신 것이다. 마지막 기회다, 최순실 사건 제대로 해라. 사랑한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