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야기] KKK ‘위대한 마법사’ 듀크… 상원의원에 나서다

입력 2016-11-03 11:19 수정 2016-11-03 14:10

영화에서나 봤던 KKK 최고위 간부들의 사진입니다. KKK는 쿠 클럭스 클랜(Ku Klux Klan)의 첫 글자입니다. 우리말로 하면 ‘철컥’이 될까요. 총을 장전할 때 나는 소리를 빗댄 의성어죠.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미국 남북전쟁 때 해방된 노예를 사살하겠다는 의미로 만든 비밀결사입니다.

맨 왼쪽에 있는 사람이 데이비드 듀크입니다. 1977년 콜로라도주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열린 KKK 집회에서 그는 기사단(Knights of the KKK)을 이끄는 ‘위대한 마법사(Grand Wizard)’였죠. KKK에서는 최고의 호칭입니다.

사진=AP뉴시스

흑인 여성 경찰관이 눈물을 흘리며 어쩔 줄 몰라합니다. 슬픈 일을 당한 게 아닙니다. 얼굴에 최루액을 뒤집어 썼습니다.

사건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온즈에 있는 딜라드 대학에서 일어났습니다. 학생과 시민들이 딜라드 대학에서 열린 상원의원 후보 토론회장에 난입하려 합니다. 경찰이 막고, 시위대는 진격합니다. 

사진=AP뉴시스

딜라드 대학은 ‘블랙 아이비(Black Ivies)’에 포함된 명문대입니다. 1869년 문을 연 뒤 우수한 흑인 학생이 전국에서 모였습니다. 하버드와 예일을 비롯한 동부 명문대가 흑인 입학을 거부하거나 주저한 1970년대까지 영특한 흑인들은 블랙 아이비에서 공부했죠.

데이비드 듀크(가운데)가 상원의원에 입후보한 포스트 캠벨 공공서비스 위원(왼쪽), 캐롤라인 파야드 변호사(오른쪽) 와 토론하고 있다. AP뉴시스

그런 곳에서 오는 8일 선거를 앞둔 상원의원 후보 토론회가 열렸는데, 후보 중에 데이비드 듀크가 있었던 겁니다. 시위대가 들고 있는 플래카드에 인종주의와 듀크를 반대한다는 글이 적혀있습니다.

토론을 마친 데이비드 듀크가 경찰의 경호 속에 딜라드 대학을 떠나고 있다. AP뉴시스

듀크의 경력은 화려합니다. 1989년 루이지애나주 하원의원(공화당)에 당선됐습니다. 전직 의원인 것이죠. 1988년 흑인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에 맞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경선에 나선 뒤 당적을 바꿔 성공한 것이죠.


2년 임기를 마치고 상원의원과 주지사에 도전했지만 실패했고,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나설 때 공화당 경선에 다시 나가기도 했습니다. 이후 나가는 선거마다 모두 실패하고 지금은 유럽의 극우주의 정당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출마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열풍에 편승한 것으로 보이죠.


2일(현지시간) KKK 기관지 크루세이더(The Crusader·십자군)는 KKK가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트럼프는요? ‘뜨악’했죠. 듀크가 위대한 지도자라고 칭송할 때마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 나는 너와 다르다고 그렇게 열심히 말했는데 KKK가 공개적으로 지지하니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고승욱 기자 swk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