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성궤양과 위암 위험인자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HP균)이 되레 성인기 천식 발작을 억제하는데는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른바 ‘병 주고 약 주는 HP균의 역설’인 셈이다. 그 동안 소아에서 HP균 감염 시 천식 발병 위험이 낮다는 보고가 있긴 했지만, 성인에게도 같은 효과가 있음이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팀이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임주현 교수팀과 함께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1만5032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40세 미만의 젊은 성인이 HP균에 감염됐을 경우 소아청소년들과 같이 천식 발생이 50%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3일 밝혔다.
HP균 위장점막에 주로 감염되어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선암 등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HP균 유병률은 60%에 달한다. 특히 HP균 보균자 중 16세 이상이 절반을 넘을 정도로 성인에게 집중돼 있다.
HP균을 갖고 있을 경우 위암 발생위험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2~4배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선 HP균 보균자 중 약 20%에서 위장관 질환이 발견되고 있고, 1% 정도에서 위암이 발생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아의 경우 이 균이 알레르기 질환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는 보고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마틴 블레이서 박사 연구팀의 보고에 따르면 미국인 74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HP균 감염 소아는 천식 발병률이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스라엘의 한 연구팀도 6959명의 소아를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역시 HP균을 가진 소아의 경우 천식 발병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김나영 교수팀은 이러한 천식 예방효과가 유독 HP균 감염률이 높은 우리나라 성인에게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1만5032명을 대상으로 혈액 검사를 실시, HP균 항체를 갖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추가 문진을 통해 HP균 제균치료 경험 및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 병력 및 치료 경험이 있는지도 조사했다.
그 결과 63.1%가 HP균에 감염돼 있었고 전체의 2.4%에서 천식, 21.8%에서 비염 등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P균 감염률은 나이가 많을수록 증가했고(연령 1세 증가 시 5%씩 증가), 천식 또한 고령으로 갈수록 발병률이 높아졌다(연령 1세 증가 시 4% 씩 증가).
주목되는 것은 HP균 감염과 천식의 연관성은 40세 이상의 성인에서는 뚜렷하지 않았으나, 40세 미만의 젊은 성인의 경우 HP균을 갖고 있을 경우 천식 발생이 5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반면 기타 알레르기 질환은 HP균 감염과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주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교수는 이에 대해 “40세 미만 성인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되면 나타나는 면역반응이 천식과 관련된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메디신(Medicine)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위암 유발 헬리코박터균의 역설, 성인천식 위험은 50% 낮춰
입력 2016-11-03 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