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2016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프로야구 35년사에서 원년 우승을 시작으로 5번째 타이틀을 들어올렸다. 한국시리즈 2연패와 더불어 올 시즌 정규리그 통합 우승까지 달성해 새로운 ‘왕조’의 시작을 알렸다.
두산은 2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 원정경기에서 선발투수 유희관의 5이닝 3피안타 무실점 호투와 장단 14안타를 몰아친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NC 다이노스를 8대 1로 제압했다. 시리즈 최종전적 4전 전승. 프로야구 사상 7번째로 시리즈를 스윕하고 우승했다.
두산은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의 원년 챔피언이다. 전신인 OB 베어스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국시리즈에서 5차례(1982·1995·2001·2015·2016년) 우승했다. 시리즈 2연패는 창단 이후 처음, 정규리그 통합 우승은 1995년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달 9일 폐막한 정규리그에서는 93승1무50패(승률 0.650)로 정상을 밟았다. 단일리그 우승은 1995년으로부터 21년 만이자 팀 통산 두 번째였다. 1982년 전반기, 1986년 후반기, 1999년 드림리그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지만 단일리그 우승의 개념은 아니었다.
두산은 올 시즌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하면서 1980~1990년대 해태 타이거즈(KIA의 전신), 2000년 전후 현대 유니콘스(넥센 히어로즈의 전신), 2000년대 후반 SK 와이번스, 2010년대 초반 삼성 라이온즈로 이어진 프로야구 왕조를 넘겨받았다.
두산은 올 시즌 경쟁자가 없는 절대강자였다. 90승 고지와 6할대 승률에 도달한 팀은 두산이 유일했다. 93승은 프로야구 사상 한 시즌 최다승이다. 두산은 정규리그에서 9경기 차이로 따돌린 2위 NC(83승3무58패·승률 0.589)를 상대로 한국시리즈 38이닝 동안 2점밖에 내주지 않았다.
두산의 우승을 이끈 원동력은 마운드부터 타선까지 빈틈을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두터운 선수층에 있다. 더스틴 니퍼트(22승) 마이클 보우덴(18승) 장원준 유희관(이상 15승)으로 이어진 선발투수진은 10개 팀 중 단연 최강이었다. ‘판타스틱4’로 불린 4인방이다. 이들은 정규리그에서 70승을 합작했고, 한국시리즈에서 1승씩 나눠가졌다. 유일한 약점이었던 불펜은 경기마다 최소 6이닝 이상을 책임진 선발진의 역투로 힘을 덜 수 있었다. 니퍼트는 올 시즌 유일하게 20승을 돌파했고, 2점대 평균자책점(2.95)을 작성했다.
타선은 상하위의 경계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정규리그에서 팀타율(0.298) 팀안타(1504개) 팀홈런(183개) 등 타격 부문 1위는 모두 두산의 몫이었다. 박건우 오재원의 테이블세터부터 민병헌 김재환 오재일 닉 에반스 중 3명으로 구성한 클린업트리오까지 완벽했다. 시즌 내내 4번 타자를 도맡은 김재환은 정규리그 37홈런에 이어 한국시리즈 2, 3차전에서 모두 결승 홈런을 때려 클러치히터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허경민과 양의지 등 하위타선 역시 한국시리즈에서 맹타를 휘둘러 우승을 견인했다. 특히 양의지의 공수 기여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양의지는 한국시리즈 전 경기에 모두 7번 타자 겸 포수로 선발 출전해 마운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타율 4할대의 맹타까지 휘둘렀다. 양의지는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4차전의 주인공 역시 양의지였다. 양의지는 득점 없이 맞선 2회초 1사 때 NC 선발투수 재크 스튜어트의 시속 131㎞짜리 슬라이더를 솔로홈런으로 연결했다. 이 경기의 결승타. 양의지는 1-0으로 앞선 6회초 2사 1, 2루에서 우전 2루타를 뽑아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에반스의 후속타 때 2루까지 진루한 뒤 허경민의 좌전 적시타로 홈까지 밟았다.
두산은 추격의 의지를 상실한 NC를 마지막까지 두드렸다. 9회초 오재원의 쓰리런 홈런과 에반스의 적시타로 4점을 추가했다. 한국시리즈 내내 부진했던 NC 4번 타자 에릭 테임즈는 마지막 타석인 9회말 비거리 130m짜리 중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경기를 뒤집기엔 너무 늦게 터진 홈런이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